인천 부평구의 한 주택가에서 개인사찰을 운영하고 있는 비구니 스님(58)에게 2일 오후 9시경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부평구에 있는 한 성당의 주임신부라고 밝힌 남성은 “조직폭력배에게 쫓기고 있는 독실한 남성 불교 신자를 보호하고 있는데 내일 스님의 사찰에 보낼 테니 여비를 빌려주면 내가 대신 갚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내가 직접 돈을 빌려주려고 했으나 이 남성이 종교가 달라 돈을 안 받겠다고 해서 이렇게 부탁을 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 날 오전 허름한 옷차림을 한 김모 씨(55)가 “신부님의 소개로 스님을 찾아왔다”며 사찰을 방문했다. 김 씨는 스님에게 “20년 전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으며 사업을 하다가 어려워져 최근 돈을 빌려 썼는데 조폭에게 독촉을 당하고 있다”며 도피자금 15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스님은 사연이 딱한 데다 불교 교리에 해박한 것을 보고 그의 친척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
김 씨가 떠난 뒤 스님은 신부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꺼져 있었다. 부평경찰서는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4일 오후 인천 남구 주안동에서 스님에게 돈을 빌린 김 씨를 붙잡았다. 전날 전화에서 신부라고 밝힌 사람은 바로 김 씨였다. 그는 똑같은 수법으로 2건의 사기를 친 혐의를 받고 있는 지명수배자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