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잔이 뭡니까? 여덟 잔까지로 해주십시오.” 송명근 건국대병원 교수(흉부외과)는 외래진료실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고 자신의 저서에 밝힌 바 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루에 술을 두 잔 이상 마시지 말라”고 얘기한 데 대한 환자의 항의였다.
송 교수는 ‘하루 두 잔은 약주, 그 이상은 독주’임을 강조했다. 환자는 대형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사장이었다. 술을 두 잔만 마시라고 하니 영업에 지장이 있다는 얘기였다. 정남식 세브란스병원 교수(심장내과)는 “술은 그 자체로 동맥경화를 유발하진 않지만 삼겹살처럼 기름진 안주를 함께 먹으면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중년남성은 특히 여성보다 심장 질환에 잘 걸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4대 중증질환(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분석 결과다.
2011년을 기준으로 심장 질환자(인구 10만 명당)는 40대가 2471명(남 1505명, 여 966명), 50대가 6780명(남 4010명, 여 2770명)이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 60대 이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술받은 환자에게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가 40대는 157명(남 121명, 여 36명), 50대는 417명(남 322명, 여 95명)이었다. 남성이 여성의 3배 수준이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심장 질환에 취약한 이유는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 정 교수는 “여성호르몬은 혈관을 보호한다. 남성은 그런 호르몬이 적어 심장 질환에 더 잘 걸린다. 하지만 여성이 폐경기를 지나면 남성과 별 차이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암 환자의 경우 심장 질환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젊어서는 여성이, 60대 넘어서는 남성이 암에 더욱 취약하다. 20∼50대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를 크게 앞질렀다. 유방암과 자궁암이 젊은 여성에게 많이 생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60대 이후가 되면 남성 환자가 여성을 앞질렀다. 고령층에서 전립샘암 같은 남성 암 환자가 많아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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