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졸 피고인에 “대졸 부인, 마약 먹여 결혼한것 아니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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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막말 언제까지…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판사의 막말에 국민이 분노하고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게 지난해 10월이었다. 당시 사법부는 뼈를 깎는 자성과 막말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다 ‘공염불’이었다. 부장판사가 또다시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을 해댔다. 오랫동안 낡은 권위의식에 젖어온 사법부의 거듭남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7일 대법원에 따르면 수도권 한 지원의 최모 부장판사(47)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일할 때인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피고인 이모 씨(44)와 지인에게 막말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받고 있다.

최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이 씨에 대한 재판이 열리기 직전 법정에서 이 씨에게 “초등학교 나왔죠? 부인은 대학 나왔는데 마약 먹여서 결혼한 것 아니에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복역한 전과를 들어 ‘막말’을 한 것이다. 또 1월에는 이 씨 측 증인으로 출석한 지인에게 심문이 끝난 뒤 “(이 씨가) 어떻게 잘해줬느냐”며 “○구멍(항문)을 빨아줬든가 뭘 해준 게 있을 거 아니에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1년 전에도 “수사관들에게 잘 말해 선처받게 해주겠다”며 마약사건 피의자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최 부장판사에게 재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이 씨는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로 풀려났다. 이번 재판은 이 씨가 이혼소송 중인 사람에게 “판사에게 말해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어 주겠다”며 2억여 원을 챙긴 사건이었다. 최 부장판사는 지난달 이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최 부장판사는 사실관계를 대체적으로 시인했다. 그는 소속 법원 관계자를 통해 “제 부덕의 소치”라며 “잘못된 발언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치고 법원 전체의 신뢰를 훼손한 점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대법원장이 사과까지 했는데… 또 부적절 발언 ▼

지난해 10월에도 법원은 서울동부지법 유모 부장판사(46)의 막말로 곤욕을 치렀다. 유 부장판사는 증인으로 출석한 60대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막말을 했다가 올해 1월 견책 처분을 받았다. 사법 역사상 법정 언행과 관련한 첫 징계처분이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관의) 부적절한 법정 언행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이후 대법원은 법정 모니터링 제도를 강화하고 판사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연수과정을 개설한다고 밝혔다.

판사들의 막말이 계속되는 데 대해 법조계에선 “법정 안에서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권의식이 몸에 배어 있어 단순한 모니터링으로는 막말을 근절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7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원장들은 “부적절한 법정 언행이 사법부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법정 언행 컨설팅’을 조속히 실시한다는 미온적 대책밖에 내놓지 못했다. 한 변호사는 “사법시험만 준비해 젊은 나이부터 권위를 누려온 판사들이 일반인의 감정과 처지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법정 판단자라는 권위에 취해 벌어지는 일”이라며 “재판 과정을 면밀히 평가해 연임심사에 반영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채널A 영상] “부인 마약 먹이고 결혼했나” 판사 막말 언제까지


#막말#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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