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인데도 여전히 박관현 선배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선배가 꿈꿨던 대동세상을 만드는 게 장학재단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난달 28일 관현장학재단 이사회에서 12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최영준 광주MBC 보도위원(55·사진)은 9일 “장학금 혜택을 늘리고 외부 인사를 이사로 참여시켜 시민 속의 재단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관현장학재단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박 씨의 민주·인권·희생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96년 설립됐다. 박 씨는 5·18 직전까지 시민과 학생들의 반독재 투쟁을 주도하다 신군부가 5·17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재야 인사들을 체포하자 광주를 빠져나갔다. 서울 등지에서 은신하다 1982년 4월 5일 체포돼 내란죄 등으로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광주교도소에서 5·18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40여 일간 옥중 단식을 벌였고 그 후유증으로 그해 10월 12일 2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최 이사장은 1980년 4월 공과대 학생회장에 당선되면서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박 씨와 인연을 맺었다. 최 이사장은 “시국을 보는 눈이 날카로웠고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박 씨를 회고했다. 그는 “박 선배가 5월 16일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다음 날 전남대 앞에서 만나자’며 학생들에게 했던 약속이 5·18의 도화선이 됐다”며 “박 선배는 현장에 올 수 없었지만 그날의 항거는 광주가 민주화 성지로 우뚝 선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장은 5·18 당시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합동수사본부에 끌려가 15일간 구금된 뒤 기소유예로 풀려나 그해 12월 강제 징집됐다. 그는 2002년 5·18 민주유공자가 됐다. 전남대총학동지회가 주축이 돼 설립한 관현장학재단은 출범 이후 매년 4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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