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참, 몹쓸 운전자… 새벽 횡단보도 건너던 노인 치고난뒤 방치

지켜보다 다른차에 또 치이자 목격자 행세

9일 오전 5시 17분 전남 목포시 산정동 왕복 6차로 도로의 한 횡단보도에서 박모 씨(53·자영업)가 운전하던 그랜저 승용차가 보행자 장모 씨(70)를 치었다. 박 씨는 장 씨를 병원으로 옮기는 대신 사고지점에서 25m 떨어진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린 뒤 횡단보도의 2차로에 쓰러져 있는 장 씨를 지켜봤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황모(49) 씨가 운전하는 쏘나타 택시가 장 씨를 치어 20m 정도 끌고 갔다. 황 씨는 장 씨의 몸이 차에서 떨어지자 곧바로 차를 도로변에 세웠다.

이를 지켜본 박 씨는 오전 5시 22분경 “누군가 보행자(장 씨)를 치고 갔다.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 돌아가신 거 같다”며 112에 허위 신고했다. 약 5분 뒤 119 구급대가 도착했고 5시 30분경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그러자 박 씨는 신고자 겸 목격자로 행세했다. 이어 황 씨도 현장에 다가와 사고 수습 상황을 지켜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현장에 그랜저와 쏘나타 택시의 차량 부품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뒤 인근에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해 두 사람이 가해자라는 것을 밝혀내고 검거했다. 숨진 장 씨는 회사 출퇴근 버스 운전사로 사고 당시 출근하던 길이었다.

첫 번째 교통사고를 목격한 운전자 A 씨(40)는 경찰에서 “박 씨가 몰던 그랜저 승용차가 장 씨를 들이받을 당시 횡단보도는 파란색 신호였다”며 “그랜저 승용차가 사고지점 인근에 정차하자 당연히 구조할 것으로 생각해 그냥 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11일 시신 부검을 통해 어떤 차량이 장 씨를 직접적으로 숨지게 했는지 확인하는 한편 박 씨와 황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