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강원도에서는 노인 일자리 발대식이 잇따라 열렸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노인들의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일자리 제공에 적극 나선 것. 강원도가 올해 마련한 노인 일자리는 1만2650개. 이 가운데 사회공헌형이 1만400개, 시장형이 2250개다. 국·도비 250억 원이 투입된다.
사회공헌형은 거리 환경 지킴이, 학교 안전 및 급식 도우미, 경로당 관리 지원 등 한시적인 반면 시장형은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형은 농산물을 재배하거나 가공식품 만들기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업종이 해당된다. 최근 이 같은 시장형 노인 일자리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노인 복지 모델로 관심을 끌고 있다.
○ 10여 명 일하던 일터, 11년 만에 190여 명으로
춘천시니어클럽은 창립 11년 만에 11개의 시장형 사업장을 갖춘 일터로 자리잡았다. 시니어클럽은 모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복지재단 산하의 노인 일자리 전문기관. 춘천시니어클럽은 2002년 콩나물공장으로 시작했다. 성공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노인들의 근면함과 익숙한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주문이 늘고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창립 다음 해에는 콩 농장을 만들었고 해가 갈수록 공장 시설이 확장됐다. 현재 노인들이 만든 콩나물은 학교 급식, 동네 가게는 물론이고 대형마트에도 납품되고 있다. 춘천시니어클럽의 시장형 사업은 쥐눈이 콩나물을 비롯해 우리콩두부, 우리방앗간, 옛날 장맛, 맛드림 도시락,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 등으로 고용 인원은 190여 명이다. 11년 전 10여 명으로 시작했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한현주 춘천시 복지2과장은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잡았다”며 “앞으로 더 많은 노인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 은발의 바리스타들 ‘카페하이망’ 열다
지난해 10월 영월군종합사회복지관 1층에 커피전문점 ‘카페하이망(희망을 의미)’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65세 이상 노인 8명이 일하는 곳. 복지관이 원주 중소기업 ㈜낭띠와 공동으로 만들었고 영월군과 강원랜드복지재단이 지원을 맡았다. 시니어 바리스타로 변신한 노인들은 개관에 앞서 낭띠의 도움으로 집중적인 바리스타 전문교육을 받았고 이제는 모든 커피를 척척 만들어낸다. 이들의 월급은 지원금과 커피 판매 수익금으로 충당되는 30만 원.
노인들은 4명씩 2교대로 하루 3시간씩 근무한다. 하루에 파는 커피는 평균 100잔. 근무시간 동안 잠시 앉을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지만 노인들은 바리스타로 제2의 인생을 산다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또 일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유연자 씨(68·여)는 “일하는 것이 힘들다기보다 무척 재미있다”며 “하루하루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현국 영월군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참여한 어르신 모두 큰 만족을 느끼고 일을 열심히 한다”며 “이 일도 일종의 전문기술을 지닌 직업인데 보수가 적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강원랜드복지재단은 폐광지역 4개 시군의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 3급 이상 장애인 29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정선 곤드레 재배를 비롯해 삼척 수산물 가공, 태백 폐현수막 재활용, 영월 야생화 재배 등이다. 폐현수막 재활용은 1회 사용되고 버려지는 폐현수막으로 가방, 장바구니, 포대 등을 만드는 일로, 일도 하고 환경도 지키는 녹색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최흥집 강원랜드복지재단 이사장은 “행복노인 일자리 사업은 어르신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고 있다”며 “특히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을 통해 삶의 활력을 주고 소득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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