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를 받는 기업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뇌물을 받아 팀원 전체가 나눠가진 서울지방국세청 직원들이 적발됐다. 상급자들은 3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뒤 팀원 모두에게 직급에 따라 배분했으며 이 중 약 1억 원은 고위 간부에게 상납한 정황도 나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국세청 조사1국 산하 한 팀의 소속 직원 9명 전원이 세무조사 대상업체 7곳에서 추징세액 산정과 관련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3억16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팀 직원 A 씨(51·6급)는 2011년 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건물 복도에서 당시 세무조사를 받던 사교육 전문업체 M사 관계자를 만나 5만 원권으로 현금 2억 원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받았다.
A 씨는 이 중 6700만 원을 갖고 나머지는 팀장 B 씨(54·5급), 반장 C 씨(52·6급)를 비롯한 당시 팀원 모두에게 배분했다. B 씨와 C 씨 역시 2009년 9월부터 2011년 2월까지 S식품, H해운 등 중견기업 6곳의 세무조사를 진행하며 1억1600만 원의 뇌물을 받아 각각 2700만 원씩 챙기고 나머지는 팀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결과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가 한 업체의 세무조사 대행업무를 맡아 선임료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 이 중 일부를 세무공무원에게 떼어주는 수법도 드러났다.
경찰은 뇌물수수를 주도한 A 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400만∼2700만 원씩 금품을 나눠가진 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70만∼8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2명은 기관통보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뇌물로 들어온 돈은 팀장급에게 다소 많이 돌아갔고 나머지 팀원들은 균등하게 배분받았다”며 “세무공무원들의 개별적인 비위가 적발된 적은 있었지만 팀 전체가 금품을 받아 나눠 가진 부조리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 세무공무원들이 뇌물로 받은 3억1600만 원 가운데 1억 원가량이 상부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특정 직원 한 명에게 1억 원 이상이 몰린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돈의 용처를 추궁하자 그 직원은 “상급 간부에게 상납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간부가 이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을 준 업체들은 경찰 조사에서 “세무조사 때 추징세액 규모 등과 관련해 우리 측 주장을 수용해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와 향후 세무조사를 대비해 세무공무원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세무공무원들이 추징세액 감면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 정황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서울국세청 직원들에게 뇌물을 준 업체 임직원 12명과 세무사 1명도 이날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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