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앞에는 먼 외국에서 온 푸른 곰상(像)이 있다. 독일에서 건너온 이 곰상은 2005년 10월 베를린 시가 기증한 것이다. 파란 바탕에 몸통 양쪽에는 서울의 상징인 남대문과 독일의 브란덴부르크 문, 그리고 양 도시 시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곰상은 서울시와 베를린 시가 2003년 9월 두 도시의 공원이나 거리 중 한 곳에 상대 시의 이름을 명명하기로 약속한 뒤 청계천 복원 시점에 맞춰 설치됐다. 왜 곰일까.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이 ‘황금곰상’이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베를린 시는 곰을 자신의 상징물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베를린에 있는 주독한국대사관 앞에도 태극기가 그려진 황금곰상이 있다.
곰상이 설치된 100m² 남짓한 공간의 이름은 베를린 광장. 곰상 뒤에는 베를린의 또 다른 상징인 베를린 장벽의 일부가 세워져 있다. 1989년 독일 통일로 장벽이 허물어진 뒤 베를린 동부 지역에 있는 마르찬 휴양공원 안에 전시돼 왔던 것이다. 길이 3.6m, 높이 3.5m, 두께 0.4m의 베를린 장벽 외부에는 이산가족 상봉과 독일 통일을 염원하는 독일인의 글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곰상이 자리 잡은 바닥과 곰상 뒤 가로등과 나무 벤치도 모두 마르찬 휴양공원에 있던 것이다. 특히 가로등은 독일에서 만들어진 지 100년이 지난 것으로 고풍스러운 멋을 자아낸다.
하지만 독일 통일이 이뤄진 지 24년이 지나서인지 이 조형물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듯했다. 15일 곰상 주변을 지나던 인근 직장인 김모 씨(40)는 “이 근처를 자주 지나다니지만 베를린 장벽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베를린 광장에 대한 답례로 2005년 11월 마르찬 휴양공원에 3000m² 규모의 ‘서울정원’을 선물했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있는 보물 제413호 독락당(獨樂堂)을 본떠 만든 전통 양식의 정원으로 솟을대문과 소나무 장승 솟대 장독대 등 우리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구조물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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