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의 전자파(전자기파)가 비염이나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현준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코 점막의 섬모 운동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섬모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털이다. 코부터 인두, 후두, 기관지 등 공기가 지나는 기도 점막에 위치하고 있다. 항상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이물질이나 유해물질을 걸러 외부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코 내부구조가 정상이며 콧병이 없는 18명을 대상으로 부비동(코 주위의 빈 공간)에 있는 점막을 채취했다. 휴대전화와 같은 주파수(1.8GHz)와 세기(SAR=1W/kg)의 전자파를 최대 3일간 쏘며 초고속카메라로 섬모를 촬영해 분석했다. 그 결과 전자파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섬모의 진동 횟수가 감소했다. 정상적이라면 섬모는 초당 10∼20회 운동하지만 이 실험에서는 11% 정도 감소했다.
김 교수는 “휴대전화와 같은 조건의 전자파를 코 점막에 노출시키자 세포가 죽지는 않았지만 섬모운동 횟수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자파에 노출된 코 점막의 상피세포에서 단백질인산화효소C(PKC)가 증가하면서 섬모 운동량이 떨어졌다는 설명.
섬모의 운동이 약해지면 코를 포함해 공기 통로인 호흡기로 쉽게 유해물질이 유입된다. 이로 인해 비염, 후두염, 기관지염, 축농증 같은 다양한 호흡기 질환이 생긴다. 휴대전화 전자파가 담배 연기나 세균과 같은 유해물질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비인후과 국제학술지 ‘후두경’ 2월호에 게재됐다.
김 교수는 “요즘엔 담배연기와 같은 유해물질보다 휴대전화 전자파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 길 수 있다. 호흡기 건강을 위해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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