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대출금리 조작” 외환은행 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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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가산금리 멋대로 올려 이자 181억원 더 거둬”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최운식)는 19일 기업 대출 가산금리를 전산 조작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로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대형 시중은행이 금리 조작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금융감독원이 5일 외환은행을 수사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2006년 6월∼2012년 9월까지 외환은행 여신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3089곳의 대출 6308건에 대해 대출 만기 전 금리를 최고 1%포인트 편법 인상하고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을 적발했다. 이어 기관 경고와 함께 부당하게 얻은 이자 181억2800만 원을 기업들에 돌려주라고 명령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은행은 담보·보증이나 신용등급 변경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여신 약정 금리를 변경할 수 없다. 사유가 생기면 추가 약정을 새로 맺어야 금리를 바꿀 수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국 290여 개 외환은행 기업지점에서 가산금리를 약정 금리보다 높게 전산 입력한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날 오전 검사와 수사관 20여 명은 윤용로 행장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200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의 변동금리부 기업 대출 관련 전산자료와 대출 기업 명단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한 자료를 분석한 뒤 경영진이 본점을 통해 영업점에 가산 금리를 올리라고 지시했는지, 또 다른 불공정 영업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금감원이 수사 의뢰한 은행 전현직 임직원 10여 명의 소환 조사도 계획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수사 대상은 당시 외환은행을 운영한 경영진이며 상황에 따라 금감원이 의뢰한 수사 대상자보다 피의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 290여 명의 지점장이 모두 피의자가 될 수 있지만 경영진의 명시적인 지시를 어길 수 없었다고 검찰이 판단하면 지점장들은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 은행권은 비슷한 금리 조작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다른 시중은행 1, 2곳으로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외환은행#대출금리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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