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서남대 설립자 보석 놓고 법정공방

검찰 “건강회복 재구속해야” 변호인 “병원 진단서 제출”

1000억 원대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뒤 보석으로 풀러난 서남대와 한려대 설립자 이홍하 씨(74)의 보석을 놓고 19일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이 씨가 변호사를 자주 변경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재판부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변호사를 찾아 계속 선임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10시경 광주지법 순천지원 316호 법정에 출석했다. 이 씨는 휠체어를 타고 링거주사를 맞고 있는 상태였다. 순천지원 제1형사부가 1시간 동안 진행한 재판에서 검찰은 “이 씨가 심혈관 확장 시술인 스텐스 삽입술 등 질병을 이유로 풀려났지만 이 씨를 치료하고 있는 의사는 이 씨의 건강 상태가 퇴원해도 될 정도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 씨가 맞고 있는 링거주사는 영양제, 수액에 불과한 만큼 재구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씨가 운영하는 대학 교직원과 학생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요구하고 있고 이 씨가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며 보석 취소 청구에 대해 신속히 결정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이 씨의 변호인 측은 “헌법에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있고 질병 치료 등을 고려해 구속이 취소된 만큼 검찰의 주장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며 “검찰의 구속 취소 항고에 대해 진단서 등을 제출했고 법원의 보석 허가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 씨에 대한 유무죄 결정은 구속 여부와 무관하다”며 “불구속 재판은 무죄고, 구속 재판은 유죄가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검찰의 구속 취소 청구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구속된 이후 변호사를 4명이나 선임했다. 최근 선임된 A 변호사의 경우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선임된 B 변호사는 전임 재판장과 광주지법에서 한때 같이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져 ‘향판(鄕判) 비리’ 논란이 일었다.

한편 이 씨는 서남대 송모 총장(58) 등과 공모해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4개 대학 교비와 건설자금 등 100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된 뒤 2월 수술 등을 이유로 보석이 허가됐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