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모 씨는 2011년 자신이 운영하던 업체가 폐업한 뒤 4, 5개 회사의 회장 명함을 만들어 갖고 다녔다. 경찰은 윤 씨가 실제 회사 경영과 관계는 없지만 건설 물량을 수주해오면 일부 금액을 인센티브로 받는 브로커로 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이런 브로커가 흔하다고 말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로 소규모 건설사들이 공사를 따기 위해 정·재계 등 인맥이 넓은 사람을 부금상무로 쓴다”며 “업체는 실적을 채워 좋고, 부금상무는 돈을 버니 서로 윈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보 취재팀은 20일 윤 씨가 회장 직함을 갖고 있지만 실제 회장은 다른 사람인 P건설과 D건설을 찾아갔다. 나머지 업체들은 실체조차 불분명했다.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P건설 대표 L 씨는 “난 아무것도 모른다. 나가라”며 기자를 밀쳐냈다. P건설 회장 직함이 찍힌 윤 씨 명함을 내밀어도 막무가내였다. 굳게 걸어 잠근 사무실 문 뒤로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그런 명함이야 수천 장 있지”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후 한 남성이 사무실로 들어간 뒤엔 “기자××가 윤 씨 때문에 왔다. 윤 씨 일은 저번에 끝난 거 아니냐”는 L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1시간 뒤 L 씨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는 “날 협박하는가”라며 “P건설과 윤 씨가 관련 있다면 윤 씨가 수주를 따냈다는 증거를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D건설 서울사무소는 건물 출입구부터 직원 2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이들은 취재진이 들어가려고 하자 “아무도 없다”며 제지했다. 어떤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수원에 있는 본사를 찾아갔지만 우편물만 10여 개 쌓여 있고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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