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기본권 침해·주권행사 제한"…반대의견 없어
'유신헌법 자체는 근거규정일 뿐' 판단에서 제외
헌법재판소는 21일 박정희 정권 유신체제 하에서 발표된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날 유신헌법 53조와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대통령 긴급조치 1호와 2호, 국가안전과 공공질서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긴급조치 9호)는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재판관 8명이 모두 위헌으로 판단했고 반대 견해는 없었다.
이로써 1974~1975년 발동된 긴급조치 1·2·9호는 거의 40년 만에 위헌 판정을 받았다.
헌재는 유신헌법 부정·반대·왜곡·비방행위를 금지하고, 긴급조치 위반자를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하는 내용이 담긴 긴급조치 1·2호에 대해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자유로운 집회·시위 등을 금지한 긴급조치 9호에 대해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헌법 개정권력 주체인 국민의 주권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긴급조치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53조는 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신헌법 53조는 긴급조치 발령의 근거규정일 뿐 심판 청구인의 재판에 직접 적용된 규정이 아니고, 청구인들의 의사도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데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헌재는 긴급조치 위헌심사권은 대법원에 아닌 헌재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헌재는 "긴급조치 1·2·9호는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고 처벌하는 규정을 둔 점에 비춰 최소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이라며 "긴급조치의 위헌심사 권한은 헌재에 있다"고 설명했다.
청구인 오모씨는 1974년 버스에 동석한 여고생에게 정부시책 비판 발언을 한 혐의(긴급조치 위반)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징역 3년을 받았고, 재심 도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2010년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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