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 기상청 강당. 성별 국적 인종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중 하나인 ‘레이더 운영 및 자료 활용 과정’에 참가한 해외 기상청 직원이었다. 몽골 라오스 우간다 케냐 등 17개국 19명의 직원은 한국 기상청에서 레이더 관련 기술을 배우고 갔다. 이 기술은 집중호우나 태풍, 돌풍 등 돌발적인 기상 변화를 조기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데 중요하다.
지난해 3월 스리랑카 기상국에는 천리안위성 수신분석시스템이 구축됐다. 천리안위성은 2010년 6월 발사된 기상위성이다. 스리랑카는 천리안위성이 실시간으로 보내는 자료를 받아 일기예보에 활용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30여 개국도 천리안위성의 자료를 제공받고 있다.
‘기상 한류(韓流)’가 국제협력 및 해외지원사업의 새로운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교육훈련, 기술 및 인프라 지원을 목적으로 다양한 해외원조가 진행 중이다. 1998년부터 시작된 외국인 예보관 교육을 비롯해 기상기술 정책과정, 수치예보 전문가 훈련과정 등을 통해 세계 50여 개국에서 500여 명이 한국의 기상기술을 배웠다.
필리핀 재해방지 조기경보시스템, 몽골 기후자료 복원 및 자료관리 시스템, 베트남 태풍 분석 및 예보시스템, 동아프리카 지역기후센터 등 한국의 기상시스템이 운영 중인 곳도 10개국에 이른다.
기상 한류의 배경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기상기후산업이 있다. 지난해 국내 기상기후산업 시장 규모는 3216억 원. 전년도 2232억 원에 비해 44%(984억 원)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기상 기업도 2009년 14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65곳으로 급증했다. 각국의 기상기후산업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다. 기상산업의 규모에는 민간예보 사업은 물론이고 기상장비 개발과 수입, 날씨 관련 보험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미국의 기상기후산업 시장 규모는 약 9조 원(2011년)에 이른다. 특히 기상장비의 국산화율은 평균 29.1%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평균 4.3년에 이른다.
기상청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식경제부와 함께 기상레이더 국산화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산 레이더 개발이 이뤄지면 현재 국방부 국토해양부 등에서 사용하는 외국산 기상 레이더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기관은 또 내년부터 2년간 건물 진동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한다. 지진재해에 대비해 땅이나 건물의 진동을 감지하고 안전도를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시스템이다. 기상청은 이 밖에 성층권 무인비행기 기상센서 개발(방위사업청 등), 기후 관측 자료를 3차원으로 구현하는 시스템 개발(중소기업청) 등 원천기술 개발을 진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기상청은 “현재 추세라면 2018년 기상기후산업 시장 규모는 1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다양한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기상산업을 발전시키고 기상 외교에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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