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밝은 시민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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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2일 03시 00분


철도회관 화단에 방치된 조선초 연복사탑중창비
행방불명 100년만에 발견… 서울시 “문화재 지정”

서울 용산역 뒤 철도회관 앞에서 발견된 연복사탑중창비. 받침돌과 비석 머리 부분은 있지만 비문이 새겨진 몸체 부분은 없다. 서울시 제공
서울 용산역 뒤 철도회관 앞에서 발견된 연복사탑중창비. 받침돌과 비석 머리 부분은 있지만 비문이 새겨진 몸체 부분은 없다. 서울시 제공
2010년 2월 회사원이었던 김석중 씨(54)는 출근길에 서울 용산역 뒤 철도회관 앞을 지나다 발길을 멈췄다. 회관 앞 화단에 기이한 비석이 있었던 것. 평소 차를 타고 지나던 길이었는데 이날은 걸어서 출근한 덕에 비석을 볼 수 있었다. 큰 거북이 모양의 비석 받침돌인 귀부(龜趺)에 비석 머리 부분인 이수((리,이)首)가 얹혀 있었다. 비문을 새긴 비석의 몸체인 비신(碑身)은 없었다.

평소 묘지와 비석에 관심이 많던 김 씨는 이 비석이 신도비(神道碑·죽은 이의 업적을 기리는 비)의 한 종류라고만 생각했다. 그는 혹시 몰라 사진을 찍고 이수에 새겨진 ‘연복사탑중창지기(演福寺塔重創之記)’라는 글귀를 적어왔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서 ‘연복사탑중창지기’를 검색한 김 씨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문화재 연구가 이순우 씨(50)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일그러진 근대 역사의 흔적’에 들어갔다가 이 비석이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연복사탑중창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비석 관련 정보는 물론이고 1910년 9월에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 김 씨는 카페에 ‘내가 비석을 찾았다’라는 글을 썼다. 김 씨의 글을 본 이 씨는 이 사실을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에 알렸다. 시는 오랜 고증을 거쳐 문화재가 맞다고 보고 21일부터 30일간 서울시 유형문화재 지정계획을 예고할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연복사탑중창비는 고려시대 수도 개경의 대사찰인 연복사에 있다가 파괴된 오층불탑을 조선 태조 이성계가 1393년 복원하면서 그 경위를 새겨 넣은 비석이다. 1394년에 만들어졌다. 이 비석은 계속 연복사에 있다가 경의선 부설로 일제가 1910년 용산 일대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후 행방이 묘연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연복사탑중창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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