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0만6029명 이용… 요금은 항공기의 절반, 취항 항로도 5개로 늘어
지자체-선박회사 경쟁 과열… 항로취소 부작용도 나타나
전남에서 제주를 오가는 바닷길이 활짝 열렸다. 전남∼제주 뱃길은 항공기를 이용할 때보다 요금이 훨씬 저렴하다. 게다가 선사들이 속도 경쟁을 벌이면서 2시간 안팎이면 제주에 닿을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전남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를 찾은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뱃길 이용객은 늘었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자치단체와 선박회사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항로 취소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 제주 가는 바닷길 북적
전남∼제주 항로는 갈수록 이용객이 늘고 있다. 2009년 전남에서 뱃길로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59만7604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00만6029명으로 집계됐다. 이용객이 크게 는 것은 항로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전남∼제주 항로는 출발지가 2009년 목포, 완도, 고흥 녹동 등 3개 항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0년 장흥 노력항 뱃길이 열렸고 지난해 여수세계박람회 기간에 여수항 뱃길도 운항됐다. 이달 29일부터는 씨월드고속훼리㈜가 해남 우수영항과 제주항을 오가는 3000t급 카페리 로얄스타호를 취항시킨다. 고흥 녹동항에서 제주 서귀포항을 잇는 뱃길과 강진 마량항∼제주항 노선도 운항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항로까지 포함하면 전남∼제주 뱃길은 무려 7개로 늘어난다.
전남에서 제주까지 뱃길에 ‘속도 경쟁’이 붙으면서 2시간 안팎이면 오갈 수 있게 됐다.
가장 항로가 긴 목포∼제주 항로의 경우 가장 빠른 쾌속선은 2시간 50분에 주파하고 있다. 완도와 제주 항로를 이용해 가장 빨리 가면 1시간 40분이면 도착한다. 장흥 노력항에서 제주 성산포항은 1시간 50분, 고흥 녹동에서 제주항도 2시간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29일 취항하는 해남 우수영 쾌속선도 2시간 30분이면 제주에 닿을 수 있다. 전남에서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요금은 편도 3만∼4만 원으로 항공기(7만∼8만 원)의 절반 정도면 제주를 갈 수 있다. 공항처럼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각 선사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광주 등 대도시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배 시간에 맞춰 운행하기도 한다.
○ 과도한 경쟁 우려
제주 뱃길 경쟁이 과열되면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고흥 녹동∼제주 서귀포 항로에 취항할 예정이었던 향일해운㈜은 다른 항로에 비해 운항거리가 길고 항로도 운항이 힘든 코스라며 취항을 미뤘다. 회사 측은 여객선 기름 소모량이 예상보다 높아 유류비 지원 등 이 되지 않으면 취항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운항 중인 노선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때 수요가 급증하면서 2척의 쾌속선이 운항했던 장흥 노력항의 경우 이용객이 감소하자 현재는 1척으로 줄였다.
일부 항로는 이용객도 줄고 있다. 고흥 녹동∼제주항로의 지난해 이용객은 9만4669명으로 2009년 11만6222명보다 줄었다. 노력항∼성산포항로도 2011년 57만7397명에서 지난해에는 44만381명으로, 76% 수준에 그쳤다. 여수엑스포 기간 여수∼제주 카페리를 운항했던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폐업했다. 여수엑스포를 기점으로 여객선사들이 여수∼제주 취항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1년 넘도록 진척이 없는 상태다. 자치단체들이 선사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선착장 개설과 유류비 지원 등에 나서면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장흥군은 카페리호의 취항일자에 맞추기 위해 사전 환경성평가 등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노력항 주변 공사를 벌였다가 군수가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주말을 제외한 평일 여객선 승선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신규 노선과의 경쟁으로 수익 내기가 쉽지 않다”며 “폐업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노선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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