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광주 남광병원을 압수수색하던 광주지검 순천지청 수사관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기획실 캐비닛에서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 씨(74·지난해 12월 사학 비리로 구속 기소)가 빼돌린 돈의 사용처가 담긴 서류뭉치(장부)가 나왔기 때문이다. 수백 쪽 분량의 이 장부는 병원 기획실 경리 A 씨(30·여)가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이 씨가 횡령한 1004억 원의 사용처를 정리해 놓은 것이었다.
이 씨는 평소 직원들에게 장부를 만들지 못하게 했다. 로비 증거가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A 씨는 공금횡령 등으로 자신이 엉뚱한 피해를 볼 것을 우려해 남몰래 장부를 작성해왔고 그 장부를 캐비닛에 넣어두었던 것이다. 지난해 9월 검찰에 장부가 압수됐을 때 A 씨가 장부를 작성해온 사실을 알게 된 이 씨는 노발대발하면서 A 씨에게 가짜 장부를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두 달 뒤 그 가짜 장부가 작성 도중에 검찰에 적발되자 A 씨를 해고해버렸다.
경리직원이 만약을 대비해 작성한 장부가 사학비리 적발에 결정적 기여를 한 셈이다. 이 씨는 2월 병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검찰은 조만간 이 씨를 재구속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씨가 교비 125억 원을 빼돌려 각계에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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