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 25일 대전 서대전시민광장에선 칼국수축제가 열린다. 대전 중구청은 유달리 칼국수음식점이 많은 지역 특성을 살려 축제를 고안했다. 지금도 선화동 대흥동 일대에는 칼국숫집 160곳이 밀집해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멸치 육수로 만든 매운 칼국수, 사골 육수의 구수한 칼국수, 오징어칼국수, 바지락칼국수, 김치칼국수, 두부탕칼국수….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도 ‘대전에서 칼국숫집을 내면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전 시민들은 칼국수 마니아다. 시내 음식점 2만여 곳 중 칼국수를 단일 메뉴로 팔거나 메뉴에 포함한 음식점이 2000여 곳에 이른다.
대전에 칼국숫집이 유독 많은 이유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다. 6·25전쟁 후 군수물자인 밀가루가 부산항에 도착해 서울로 옮겨지면서 대전역에 많이 하역된 결과라는 설, 전국 각지 사람이 모여 특별한 취향이 필요 없는 밀가루 음식이 발달했다는 설, 피란민이 많아 허기를 달랠 칼국수가 많이 퍼졌다는 설, 밀밭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 있다.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칼국수축제는 면(麵) 요리인 지역 전통 음식을 살려 도심 활성화를 꾀하고 지역민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아이디어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축제의 주제와 내용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면 자칫 ‘먹자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칼국수는 단일 메뉴로는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은 음식이다. 한 그릇(900g) 평균 나트륨 함유량은 2900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성인 하루 나트륨 권장 섭취량(2000mg)을 훌쩍 넘는다. 축제를 통해 저 나트륨 칼국수를 소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축제 운영 방식도 천편일률적이다. 최근 발표된 기본계획을 보면 칼국수 얘기만 들어갔을 뿐 큰 틀은 인기가수 공연 등 일반 향토축제와 별로 다르지 않다. 또 지저분한 음식 판매대, 업소 간 과열 경쟁, 술과 요금 시비 등 축제의 고질적 문제도 반복될 개연성이 있다. 그래서 주제를 특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타클래라 카운티에선 매년 7월 길로이 마늘 축제가 열린다. 마늘 특산지인 이곳의 축제는 주제가 마늘에만 집중돼 있고 비영리 중심으로 운영된다. 축제 때마다 이곳 인구(3만5000명)의 세 배 이상인 12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축제를 통해 그동안 모은 돈 110억 원은 지역 자선단체와 비영리 조직을 위해 쓰인다.
축제를 지속하기 위해선 축제 후 자료 축적과 전문가 집단에 의한 사후 평가도 실시해야 한다. 모처럼 단일 음식 메뉴를 소재로 한 축제가 도청과 시청이 떠난 중구 지역의 이미지 개선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축제로 성공하길 기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