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비 등 1004억 원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 씨(74)의 로비명단 존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해 9월 이 씨가 운영하던 광주 남광병원 기획실을 압수수색했다. 남광병원 기획실은 이 씨가 대학 4곳과 건설사 등에서 교비 등 1004억 원의 횡령을 지시하던 공간이다. 검찰은 당시 기획실 여경리 A 씨(30)가 2007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6년간 몰래 작성한 일일장부를 압수했다. 또 이 씨가 횡령을 지시하고 누군가에게 돈을 보낸 것을 적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지들도 압수했다.
검찰은 A 씨가 작성한 일일장부를 분석해 교육과학기술부 사학감사담당 양모 씨(39·6급·구속)가 이 씨로부터 뇌물 220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일일장부에는 이 씨가 생소한 사람들에게 돈을 보낸 것이 일부 적혀 있다. 검찰은 의심이 가는 일부 통장명의자를 추려내 확인하고 있지만 대부분 대포통장(차명계좌)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의 경우 태국에서 근무할 당시 이 씨에게 실명계좌로 10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검찰은 일일장부에 적힌 통장명의자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이 씨가 작성한 메모지에는 로비 대상으로 추정되는 인사의 영문 이니셜이 적혀 있다. 검찰은 이 이니셜과 이 씨 부하 직원들을 조사해 검찰 수사관 4명이 이 씨를 만났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이들 수사관 4명이 이 씨와 2007∼2008년 식사를 같이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씨는 평소 로비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로비가 이뤄졌다면 이 씨만이 알 수 있는 일일장부 통장예금자나 메모지 명단을 밝혀내는 것이 로비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 씨의 횡령액 가운데 개인적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125억 원의 사용처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이 씨는 지난해 12월 100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올해 2월 병보석으로 석방됐으나 법원에서 보석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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