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양형위 기준 강화
청소년-장애인 겁박 성범죄… 형량 줄여주는 규정 없애기로 시신훼손도 가중처벌 중형
이르면 4월부터 법원은 장기간 성폭력, 가정폭력, 스토킹 등 피해를 본 사람이 살인을 저지른 경우를 제외한 살인 범죄자에게 최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법원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가장 중대한 범죄인 살인의 권고 형량이 다른 범죄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양형기준을 수정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살인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양형위가 다음 달 회의를 열어 수정안을 확정하면 이 양형기준은 전국 일선 지법에서 곧바로 시행된다.
수정안에 따르면 강간, 강제추행, 미성년자 납치 등 중대 범죄를 함께 저지른 살인범죄자에게 법원이 선고하는 기본 형량은 현재 ‘17∼22년’에서 ‘2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으로 높아진다. 이들이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거나 시신을 훼손하고, 잔혹한 범행 수법을 동원했다면 ‘가중처벌 영역’으로 분류돼 형량이 현재 ‘20년 이상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 사형’에서 ‘2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 사형’으로 높아진다. 경남 통영시 초등학생 납치살해범 김점덕이나 2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오원춘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밖에 살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2명 이상의 불특정 다수를 살해한 경우에도 기본형량이 ‘22∼27년’에서 ‘2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상향 조정된다. 양형위는 장기간 살인 피해자의 성폭력으로 고통 받는 등 범죄에 참작할 만한 동기가 있더라도 범행수법이 잔혹하면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어렵도록 했다. 또 우울증 등 극심한 정신적 혼란 속에서 자녀를 살해하거나 치료 가망이 없는 질병을 장기간 앓는 가족을 살해한 경우도 참작할 동기가 있는 살인 유형에 새롭게 포함시켰다.
양형위는 또 직접적인 폭행, 협박이 아니라 겁을 주거나 착각에 빠지게 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량을 줄여 줄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삭제했다. 양형위 관계자는 “외부 압력에 쉽게 겁을 먹거나 성범죄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별다른 저항을 못 하는 청소년 및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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