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2시경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해송중학교 대강당. 전교생 7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전투경찰 8명으로 구성된 무지개연극단이 무대에 올랐다. 8명의 단원은 대부분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다가 입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학교폭력을 주제로 만든 창작 뮤지컬을 인천지역 청소년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연극단장을 맡고 있는 최두선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계 경사(38)가 마이크를 잡고 “4개월 동안 준비한 뮤지컬을 오늘 처음으로 공연한다”며 “여러분이 겪고 있는 학교폭력의 현실을 담은 뮤지컬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람석의 조명이 꺼지고, 공연 시작을 알리는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며 ‘아임 파서블(I'm Possible)’이라는 제목의 뮤지컬이 시작됐다.
흔히 ‘일진’으로 불리는 불량학생이 수업이 끝나 학원에 가는 친구들을 불러 세워 돈과 유명 브랜드 점퍼 등을 강제로 빼앗는 일선 학교의 어두운 현실이 공연되자 관람석이 웅성거렸다. 또 집단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 캄캄하고, 어두운 벽에 갇혀 고충을 토로하는 장면에서 일부 학생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뮤지컬의 결말은 희망이었다. 피해 학생은 꿈속에서 천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감을 갖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뮤지컬 곳곳에 최신 유행가의 가사를 바꾼 노래와 춤, 퍼포먼스 등을 섞어 관람석의 호응을 유도했다. 1시간 분량의 공연이 막을 내리자 학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승호 3학년 학생회장(15)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경찰 아저씨들이 노래와 춤 등을 곁들여 보여 줘 지루하지 않았다”며 “폭력이나 따돌림으로 어려움을 겪는 친구가 있다면 언제든지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화 교사(40·여)도 “학교폭력에 대해 학생과 교사가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며 “학생 생활 지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찰청은 이 뮤지컬을 11월까지 매주 화, 수, 목요일에 인천 지역 초중고교를 돌며 공연할 예정이다.
인천경찰청은 2008년 경기 안양시에서 초등학생이던 혜진, 예슬 양 유괴 살해 사건이 발생한 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연극단을 만들었다. 청사 1층 대강당에서 초등학교별로 신청을 받아 성폭력, 유괴 범죄 등의 예방법을 다룬 역할극을 공연했다. 공연 중간에 화려한 율동과 마술을 보여 주는 등 관람자의 연령에 맞춘 눈높이 공연으로 매년 2만여 명이 관람했다.
올해는 뮤지컬 ‘아임 파서블’에 힘을 쏟기로 했다. 현직 경찰관들이 학교에 찾아가 인천에서 발생한 청소년 범죄를 들려주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병행한다. 역할극은 종전과 같이 매주 금요일 청사 1층 대강당에서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무대에 올린다.
서울예대에서 연기를 전공하다가 입대한 뒤 연극단을 이끌고 있는 은경균 상경(23)은 “단원들도 대부분 청소년기에 학교폭력을 한두 번은 겪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공연을 요청하는 곳은 어디든지 달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032-455-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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