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하면서도 공경스러운 자세를 잃지 않았던 옛 선비의 마음가짐이 느껴져 가슴 뭉클했습니다.”
대구 달서구 총무과 이희정 씨(29·여)는 최근 경북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 부설 선비문화수련원을 찾은 경험이 생생하다. 그는 “공직자로서의 바른 자세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늘 노력해야 쌓인다는 가르침이 와 닿았다. 공무원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달서구가 선비정신을 통해 공직자 윤리를 바로세우는 노력을 시작했다. 개청 25년(1988년 1월 1일)을 맞아 “전통문화에서 새로움을 발견해 도약하자”는 뜻에서 마련했다. 도산서원은 2002년부터 선비정신 연수를 시작했는데 연수 요청이 크게 늘어나자 2011년 퇴계 종택에서 100m가량 떨어진 산자락에 이 수련원을 신축했다. 퇴계의 뛰어난 제자였던 학봉 김성일의 15대 종손 김종길 씨(73)가 원장을 맡고 있다.
이달 시작한 상반기 연수에는 곽대훈 구청장부터 새내기 공무원까지 200명이 29일까지 5차례로 나눠 1박 2일 일정으로 참가한다. 나머지 700여 명도 조만간 연수를 할 예정이다.
이번 연수는 퇴계 선생의 삶과 학문 세계를 비롯해 선비문화 토론회, 퇴계 종택 방문 등으로 진행됐다. 공무원들은 “바른 인성을 갖춰야 직장과 사회에서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책임의식이 생긴다”는 가르침에 공감했다. 보건과 이효진 씨(28·여)는 “퇴계 종손께서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삶을 늘 돌아보는 자세에서 겸손과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선비다움을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퇴계 16대 종손인 이근필 옹(82·전 초등학교 교장)은 수련원과 종택을 찾는 사람들에게 한결같은 공경스러움이 선비정신의 핵심이라고 들려준다.
연수를 마친 뒤 열린 토론회는 바람직한 공직자 자세를 고민하는 자리가 됐다. 두류3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근무하는 신지원 씨(26·여)는 “선우후락(先憂後樂·나라 일을 먼저 걱정하고 개인적인 즐거움은 나중에 추구한다) 정신은 가정과 이웃, 직장에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솔선수범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했다”고 말했다.
수련원을 다녀온 뒤 직원들 사이에 선비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해 주민을 위한 노력을 더욱 정성껏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김문식 인사교육팀장은 “연수가 좀 딱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누구보다 먼저 공무원이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내용이다. 일부 직원은 선비정신 실천 동아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곽대훈 구청장은 “오랫동안 쌓여 온 우리의 정신문화를 피부로 느끼는 계기였다. 공직자가 일하는 자세는 주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속적으로 학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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