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학의 前차관 출금 신청 기각
“경찰수사 충분하지 못해”… 대상 10여명중 절반만 수용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성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검찰에 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신청이 28일 기각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출금대상자 10여 명 가운데 김 전 차관을 포함해 절반이 조금 넘는 사람에 대해 출금이 불허됐고, 나머지에 대해선 출금조치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27일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법무부에 이들에 대한 출금을 요청했다.
검찰은 윤 씨의 성접대 및 고위층과의 유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주 윤 씨 등 관련자 3명에 대한 출국금지 이후 수사에 큰 진전이 없었다고 보고 일부 인사에 대해 출국금지가 부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의 경우도 출금 조치가 필요한 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출금요청이 인용된 인사들에 대해선 최대한 빨리 집행해 실체를 밝히고 기각된 사람들에 대해선 사유를 살펴보고 자료를 보완해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위 공직자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윤 씨가 2006년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땅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부적절한 대출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윤 씨가 대표였던 J산업개발은 매출은 없고 빚만 있던 ‘부실기업’이었다. 그럼에도 부동산 담보의 13배가 넘는 금액을 대출받았다. 윤 씨는 대출을 더 받기 위해 실체가 불분명한 유령회사까지 동원했다. 경찰은 대출 과정에서 윤 씨가 고위층 인맥을 동원해 외압이나 청탁을 한 것은 아닌지 저축은행 관련자를 조사했다.
28일 금융권과 목동아파트건립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J산업개발은 재개발사업을 명목으로 2006년 8월 31일 서울저축은행에서 80억 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았다. 이 대출금의 담보는 목동 131-46번지 등으로 당시 시세는 5억9200만 원에 불과했다.
통상 PF 대출금은 담보로 잡힌 땅 가격에 향후 아파트 재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의 수익을 더해 산정하기 때문에 담보가격보다는 많을 수 있다. 그러나 J산업개발은 목동 부동산에 손을 댔던 2006년 당시 매출액이 전혀 없었고 감사도 받지 않아 경영건전성이 불투명한 부실기업이었다. 시중은행의 한 PF 대출 전문가는 “당시 부동산경기가 아무리 좋았다고 해도 6억 원도 안 되는 땅을 담보로 80억 원을 빌려준 것은 정상적인 대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씨가 2006년 목동 일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직전 I디엔씨와 J개발이라는 유령회사를 세워 추가 대출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I디엔씨와 J개발은 각각 목동 128-46번지 일대 25억2000만 원짜리 땅, 131-54번지 일대 21억9000만 원짜리 땅을 담보로 80억 원씩 대출을 받았다. 목동아파트건립추진위 관계자는 “I디엔씨와 J개발의 대표는 ‘바지사장’이었고 실제로는 윤 씨가 운영했다. 당시 한 기업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가 80억 원이었기에 추가로 두 회사를 더 내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축은행과 유착되지 않고서는 부실기업과 실체도 없는 페이퍼컴퍼니에 이런 금액을 대출해주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J산업개발 등 3개 회사는 대출금만 받아놓고 재개발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 서울저축은행(올해 2월 15일 영업정지)은 2008∼2010년 3개 회사가 대출금을 갚지 않자 담보를 잡은 땅의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지난해 윤 씨에게 대출금 반환 소송을 냈다. 그러나 대출금에 비해 땅값이 지나치게 낮아 차액만큼 고스란히 부실채권으로 떠안게 됐다.
경찰은 25일 대출에 관여한 서울저축은행 관계자를 조사한 데 이어 목동아파트건립추진위 소유였던 땅을 윤 씨가 사들이는 과정에 관련된 인물들과 페이퍼컴퍼니를 세울 수 있도록 명의를 빌려준 이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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