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황사. 비나 눈처럼 일상이 된 탓에 어지간히 심한 황사가 아니면 사람들이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 틈을 타고 황사가 ‘공격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과거의 황사는 그저 흙먼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황사는 납 비소 같은 중금속을 품은 채 날아오고 있다. 일반 황사와 달리 중금속들이 포함되고 농도가 2배를 넘으면 ‘오염 황사’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오염 황사가 한반도를 덮치면 피해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심각한 황사의 경우 재난사태를 선포하기로 하는 등의 고강도 황사대책을 수립했다.
○ 옅은 황사도 조심
28일 환경부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연평균 황사일수는 9.8일로 1980년대 2.9일, 1990년대 5.3일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여름을 제외하고 가을 겨울에도 발생하면서 황사는 ‘연중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오염 황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2008년의 경우 총 10번의 황사 가운데 오염 황사는 4번(40%)에 불과했다. 이듬해에는 오염 황사가 4번(40%), 2010년에는 7번(47%)으로 늘어났다. 2011년 황사 발생은 6번으로 줄었지만 절반(3번)이 오염 황사였다. 지난해에는 공식적으로 황사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11, 12월 두 차례 옅은 흙먼지가 한국에 영향을 미쳤다. 이때 서울 제주 등지에서 납 비소 등의 중금속 농도가 크게 높아졌다. 옅은 황사도 결코 방심하면 안 되는 이유다.
황사는 보통 고비사막이나 내몽골에서 발원한다. 바람을 타고 화학업종이 밀집한 중국 동북부 공업지대를 지날 때 각종 대기오염물질이 섞이며 오염 황사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8∼2011년 발생한 황사 가운데 이 경로를 거친 황사에 포함된 납 비소 카드뮴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 박진수 연구사는 “최근 황사는 중국 공업지대를 거치면서 중금속 같은 오염물질을 다량으로 싣고 오는 것으로 관측됐다”고 말했다.
○ 초대형 황사는 ‘재난사태’
정부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차 황사피해방지 종합대책을 통해 황사 관측망을 구축하고 유해물질 분석에 나섰다. 해외 발원지에서 사막화 방지 사업도 벌였다. 그러나 자체 평가에서 국민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40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 분의 1g)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되면 황사주의보가, 800μg 이상이면 경보가 각각 내려진다. 황사특보가 발령되면 노약자 어린이, 특히 호흡기질환자는 실외활동을 자제하거나 금지해야 한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는 수업단축이나 휴업 등을 검토해야 한다. 실외 운동경기도 중지된다.
그러나 지역별 계층별 업종별로 어떤 피해가 얼마나 발생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다. 특히 공사장 근로자, 노점상, 환경미화원, 농어민 등 장시간 실외에서 활동하는 직업군에 대한 별도의 대책도 없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실 환경부 등 14개 정부기관이 수립한 2차 종합대책에는 취약계층 보호방안이 강화됐다. 우선 어린이 임산부 실외근무자 등을 대상으로 건강 영향조사가 처음으로 실시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2016년 맞춤형 생활지침 및 대응요령이 마련된다. 황사 속 유해성분에 대한 위해성 평가가 이뤄지고 이 결과에 따라 예·경보체계도 개편된다.
취약계층에는 황사전용 마스크가 배포된다. 실외근무자는 황사 발생 때 마스크나 보호안경을 의무적으로 착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주요 사업장에 800μg 이상의 심한 황사가 일정 시간 지속되는 경우 정부는 작업 일시 중단을 권고할 수 있다.
특히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초대형 황사가 발생하면 재난사태를 선포할 수 있게 된다. 선포 기준은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2400μg 이상의 황사가 하루 동안 나타나고 추가로 24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일 때다. 2006년 4월, 2007년 4월, 2010년 3월에도 이미 미세먼지 농도가 2000μg 이상의 심한 황사가 발생해 재난 선포 기준에 근접할 정도였다.
재난사태가 선포되면 폭우 태풍 때처럼 중앙 긴급구조 통제단이 운영되고 부처별 전담반이 운영된다. 학교나 기업, 농가 등에 대해 야외활동 금지, 생산활동 조정 등 통제가 강화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2차 대책에서는 황사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반영했다”며 “5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국제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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