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광진구 능동 ‘키즈오토파크’에서 본보 박진우 기자(오른쪽)가 딸에게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너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연일 보도되고 있는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사고 기사를 볼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아직까진 아침마다 네 살(만 2세)짜리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있지만 머지않아 유치원 통학버스를 태워 보낼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통학차량 사고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선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집 근처에 어린이 교통안전교육 시설이 있었지.’ 아직 어려서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생각난 김에 한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기자가 찾은 곳은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안에 있는 ‘키즈오토파크’. 2009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시 터에 지어 기부한 시설이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선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교육은 6세(만 4세)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아직 4세인 기자의 아이는 교육을 신청할 수 없었지만 시설을 운영하는 한국생활안전연합 측에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참관하기로 했다.
28일 오전 10시, 현장에는 이미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단체로 온 아이들이 도착해 있었다. 안전교육 선생님이 나눠준 노란색 조끼를 아이에게 입히고 기자도 입었다. 강당에서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간단히 설명을 들은 뒤 4개조로 나눠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갔다.
첫 번째 순서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통학차량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수업이었다. 강사 한 명이 준비된 승용차 뒤쪽에 쪼그려 앉은 뒤 다른 강사가 아이들을 차량 운전석 앞자리에 앉혔다. 차량의 사각지대를 설명해주기 위해서다. 강사가 “차 안에 있는 거울(백미러)과 창문 옆의 거울(사이드미러)을 한번 보세요. 뒤에 선생님이 보이나요”라고 묻자 운전석에 앉은 아이들이 “아니요. 안 보여요”라고 답했다.
강사는 다시 “그럼 이번엔 내려서 뒤에 선생님이 있나 볼까요”라고 말한 뒤 아이들을 차량의 뒤로 데려갔다. 강사는 “사람이 뒤에 있어도 이렇게 차 안에선 잘 안 보여요. 그러니까 어린이들도 차량 뒤에 서 있거나 하면 안 돼요”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사는 “어린이집 버스에서 내린 다음에는 반드시 큰 걸음으로 다섯 발짝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해요”라고 말하고 아이들과 함께 버스 그림에서 다섯 발짝 걸어가보는 연습을 했다.
이어진 수업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연습. 강사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는 보도경계석에서 크게 뒤로 한 발짝 떨어져서 기다리다가 파란 불로 바뀌면 차량이 오는지 확인하고 건너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파란 불이 켜질 때 직접 횡단보도를 건너는 연습도 했다. ‘어, 이상하다. 왜 손을 들고 건너는 것을 안 가르쳐줄까.’ 기자의 의문에 한국생활안전연합 노재진 사무처장은 “손을 들게 하는 건 예전 교육방법”이라며 “아이들이 손만 들면 차량이 알아서 멈춰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데다 어린아이들은 손을 들면 한쪽 시야가 가려지기 때문에 손을 들라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배우는 수업과 직접 아이들이 전기 차량을 운전하면서 신호체계 등을 배우는 수업도 있었다. 비록 기자의 아이는 어려서 제대로 운전하지 못했지만 6, 7세 유치원생들은 제법 능숙하게 신호를 지켜가며 운전을 했다.
노 사무처장은 “운전면허시험장을 축소해 만들어놓은 코스라 교통신호는 물론이고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까지 평가할 수 있다”며 “초등학생은 여기에서 운전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안전면허증’도 발급한다”고 말했다.
2시간가량의 수업을 참관해 보니 만 4세 이상의 아이들은 충분히 들어볼 만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에게 물었다. “버스에서 내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이는 “다섯 발짝 떨어져야 해”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복습 차원에서 한 번 더 아이에게 강조했다. “길 건널 땐 차도에서 한 발짝 뒤에 서고, 파란 불이 켜지면 주변을 살핀 다음에 건너야 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