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일 대구시장과 강운태 광주시장이 엊그제 ‘일일 교환근무’를 해 관심을 모았다. 공동으로 추진할 13개 과제도 정했다. 두 지역의 협력을 상징하는 ‘달빛동맹’을 위한 노력이다.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의 첫 글자를 딴 달빛동맹은 2009년 두 지역의 협력을 시작으로 생긴 말이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이번 행사에 대해 “영호남을 대표하는 도시가 상생협력을 하면서 수도권 집중화에 맞설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등 큰 의미를 부여했다. 영호남 지역감정을 허무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수도 서울, 항구와 공항을 끼고 발전하는 인천과 부산, 준수도권인 대전, 산업도시 울산에 비해 대구와 광주는 지역경쟁력이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이런 점에서 양 자치단체장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는 모습은 응원할 만하다.
그러나 이 달빛동맹을 진정한 지역 화합 노력으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실질적 성과를 내기보다는 상징적 의미를 찾는 데 그친 측면도 있다. 대구와 광주를 제외한 영호남 지자체에서는 달빛동맹이 그저 남의 일이나 다름없는 분위기였던 것도 사실이다.
지역이든 국가든 서로의 이익을 위해 힘을 모으는 노력은 ‘동맹’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흔하다. 문제는 이런 협력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 힘겹게 성사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달빛동맹은 오랫동안 정성을 쏟아 성사시킨 일이라기보다는 구태여 반대할 이유가 없는 ‘쉬운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대구와 부산은 같은 영남권이지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감정의 골이 무척 깊다. 이 앙금은 선거 때면 불거지곤 하는 영호남의 투표 성향과는 아주 다른 ‘신(新)지역감정’이다. 껄끄럽고 어색할 수 있지만 대구와 부산, 부산과 대구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발전을 꾀하는 모습은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다.
만약 대구와 부산이 ‘대부동맹’ ‘부대동맹’을 해낸다면 달빛동맹에서 시작한 지역 간 벽허물기는 훨씬 빛날 수 있을 것이다. 대구∼부산은 100km에 불과하고 고속철도로 1시간도 걸리지 않지만 정서적 거리는 너무나 멀어져 있다. 자치단체장들이 이런 불편한 간격을 좁히도록 역량을 발휘해야 지역협력을 위한 진정한 모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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