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2부]미적거리는 통학車 대책… 얼마나 많은 희생자 만들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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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솔교사 없이 학원차에서 내리는 아이들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월 2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인솔교사의 안내 없이 학원차에서 내리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인솔교사 없이 학원차에서 내리는 아이들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월 2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인솔교사의 안내 없이 학원차에서 내리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통학차 사고로 어린이가 숨지는 참사가 계속되는데도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일로 충북 청주시에서 김세림 양(3)이 어린이집 통학차 사고로 숨진 지 7일째, 경남 창원시에서 강기준(가명·7) 군이 태권도장 통학차 사고로 숨진 지 35일째다. 국회에서는 일부 의원이 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대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행정부는 “우리 부처만의 일이 아니다”며 대응을 미루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을 정부의 최우선 정책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막상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오전 2시부터 청와대에서 모철민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 주재로 교육부를 비롯해 안전행정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공단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약 2시간 동안 대책회의를 열었다. 잇따르는 어린이 통학차 사고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 임기 후반부를 포함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열린 범부처 합동 회의였다.

한 회의 참석자는 “통학차 신고 문제 등 안전대책 전반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며 “기본적으로 관련 규정을 강화하자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의 참석자는 “오늘 회의는 각 부처의 의견을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며 “4월 중순이 지나야 가시적인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회의를 소집하기 직전까지도 각 부처는 ‘강 건너 불구경’ 식의 태도를 보였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 관계자는 3월 29일 “대책 마련을 진행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며 “최종적으로는 총리실에서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이니까 경찰청이라든지 여러 곳의 부처가 걸려 있다”며 “학교와 관련된 부분이 있어서 교육부도 참여하지만 우리가 책임지는 부서는 아니고 태권도장 등은 문체부 소관”이라고 말했다.

안행부는 더이상의 어린이 희생을 막기 위한 강력한 법규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주무 부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책을 제시하는 것을 머뭇거리고 있다. 안행부 관계자는 “동아일보가 제안한 ‘세림이법(法)’ 제정은 필요하다. 강력한 어린이 안전 관련 법규를 만드는 데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부처 간에 논의를 하는 중이다. 구체적인 안도 나오지 않았다”며 “교육부가 주무 부처여서 안행부에서 자체적인 의견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행부는 전임 맹형규 장관 시절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대폭 확대하는 등 어린이 교통사고 대책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에 들어와 교육부가 어린이 교통사고 관련 대책을 주관하면서 다른 부처들은 상대적으로 대응이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고가 일어났던 지자체도 손을 놓고 여론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세림 양 사고가 발생한 청주시와 충북도교육청은 아무런 대책도 발표하지 않았다. 청주에서는 지난해 9월에도 초등생(8)이 초등학교 정문에서 통학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창원시는 “미신고 어린이통학버스를 계도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시 관계자는 “1년에 두 번 동승보육교사 운전자 안전교사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고 전부터 이미 해왔던 프로그램일 뿐 사고 뒤 새로 세운 대책은 아니다. 사고 이후 달라진 것을 묻는 질문에 시 관계자는 “학원 등 교육시설에 안전교육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공문을 한 번씩 더 보냈다”고 답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창원 사고 다음 날인 2월 27일 통학차 특별점검에 나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점검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사고 뒤 단속을 강화해 단속 실적이 늘었다.

국회에서는 동아일보가 제안한 가칭 ‘세림이법’을 현실화할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승남 의원은 31일 통학차 운행 신고와 안전장치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세림이법’(통학차 어린이보호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취약한 어린이 통학차 보호 대책 문제를 지적한 동아일보의 ‘시동 꺼! 반칙운전’ 기획에 공감했다”며 “발의할 ‘세림이법’에 동아일보의 제안을 모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법안에 △통학차량 전후방에 카메라 설치 의무화 △통학차량 전문 면허제 도입 △인솔교사 탑승 의무화 △부주의로 어린이 중상-사망 땐 시설 인허가 취소 △사고 통학차량 운전자 구속수사 등의 내용을 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주 새누리당 김장실(비례대표) 박성호(경남 창원 의창) 홍지만 의원(대구 달서갑) 등도 어린이 통학차 안전 강화를 위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은택·서동일·이남희 nabi@donga.com
#인솔교사#학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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