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하지만 양의사들하고 한의학사들은 서로 이 천연물 신약이 자신들의 영역이라며 다투고 있는데요
(남) 그런데 이 천연물 신약에서 벤조피렌과 포름 알데히드 같은 1급 발암 물질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여) 제약업체들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는 데,
(남) 우리 나라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유해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정부 당국이 하루 빨리 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줘야겠습니다. 김관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리포트]
지금 제가 들고 있는 게 쑥입니다. 이걸 주원료로 만든게 '스티렌'이라는 천연물신약입니다.
천연물신약은 이처럼 약초와 식물 등 천연물질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해 만든 약을 말하는데요.
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6종의 천연물신약을 의료보험 적용 전문의약품으로 승인했습니다. ------
지난해에만 이들 신약에 지출된 건강보험 약값은 무려 1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위염치료제인 동아제약의 스티렌은 지난해 3억5천만개가 처방돼 전체 의약품 중 처방량 1위를 차지했습니다. 매출액은 무려 810억원에 이릅니다.
안국약품의 진해거담제 시네츄라와 SK케이칼의 관절염치료제 조인스정, 두 제품 모두 지난해 35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모티리톤과 신바로 역시 100억원 이상 팔린 이른바 '블록버스터'급 약품입니다. ------
그런데 이들 천연물신약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취재팀이 단독 입수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천연물신약' 검사 보고섭니다. 6개 신약 가운데 벤조피렌이 검출된 건 모두 5종류.
스티렌이 16.1ppb로 가장 높게 나왔고, 조인스에서 4.1ppb, 나머지 3종류의 신약에서도 일부 검출됐습니다.
포름알데히드 역시 5개 약품에서 검출됐는데 신바로가 15.3ppm으로 최고수치를 기록했고, 조인스, 레일라, 스티렌, 시네츄라 등의 순으로 나왔습니다.
취재팀이 자체적으로 일본 국가공인기관인 '일본식품분석센터'에 의뢰한 결과도 거의 비슷합니다.
정부에서 승인한 전문의약품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건 이번이 처음.
벤조피렌은 물질을 3백℃ 이상 가열할 때 생기며 흔히 배기 가스나 타이어가 탈 때 나옵니다.
포름알데히드는 비료나 살균제, 방부제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두 달 전 한 라면회사의 스프에 쓰인 고추씨 기름에서 벤조피렌 3ppb가 검출되자 해당 제품을 회수·폐기했고, 1년 전 포름알데히드 12.3ppm이 나온 중국산 그릇 역시 판매 금지 및 회수 조치를 내린 바 있습니다.
식약처는 또 4년 전 한약재에서 다량의 벤조피렌이 검출되자 한약재 유해물질 관리규정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전문의약품에 대한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 허용기준치는 없는 상황.
천연물신약은 환자들이 주로 장기간 복용하는 약입니다.
[INT:요시무라 요시히로/전 니혼약학대학 교수(현 일본통합의료학교장)] "일본에선 후생노동성이 벤조피렌이나 포름알데히드를 약품에 절대 쓰지 못하고 검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물질들이 든 약품을 복용할 경우, 혈액암이나 인파선암, 위점막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제약업체들은 제조 과정에서 해당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만약 들어갔다 해도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INT : 손미원/ 동아제약 제품개발연구소 소장] "이번에 검출된 1급 발암물질 양은 일상에서 식사할 때 섭취하게되는 양의 1/10 수준이고, 태운 고기이 비교하면 1/100, 1/1000 수준이므로 (해당 약품들을) 그대로 먹어도 됩니다."
식약처는 포름알데히드는 원재료에서 자연 발생했을 수 있지만, 벤조피렌의 경우 약품 제조과정에서 생성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해당 약품들을 수거해 정밀 분석하고 검출 허용기준을 수립하는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INT: 박주영 / 식약처 바이오생약국 연구관] "(천연물신약에서 검출된 양은) 당장 위해한 수준은 아니나, 국민 안심 차원에서 해당 제품에서 이들 발암물질의 노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제조 단계별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정부는 지난 2001년 천연물신약촉진법을 만들고 세계 7대 신약 개발국이 되겠다며 천연물신약 개발사업비로 지금까지 1761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안전성조차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제약업체만 배불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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