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동의대사건 희생 경찰 ‘명예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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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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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부상경관 17명에 보상금 지급… 순직 1억2700만원-부상 2000만원씩

2009년 2월 25일 동아일보가 동의대 사건 희생 경찰을 보상해주는 법률인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특종 보도한 기사.
2009년 2월 25일 동아일보가 동의대 사건 희생 경찰을 보상해주는 법률인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특종 보도한 기사.
1989년 동의대 시위 진압과정에서 숨진 경찰관과 전투경찰 7명에 대해 24년 만에 정부 차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1인당 최고 1억2700여만 원이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시위 학생 46명은 형사처벌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받았지만 숨진 경찰관에게는 정부가 아무런 보상을 해주지 않아 논란이 제기돼 왔다. 동아일보는 2009년 2월 당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과 이인기 의원이 민주화운동가 지정을 재심하고 희생된 경찰을 보상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을 특종 보도한 뒤 일련의 기획보도로 법 제정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제야 희생자들이 제대로 역사의 평가를 받고 보상까지 받게 된 것이다.

경찰청은 1일 동의대 사건 당시 순직한 경찰과 유족, 부상 경찰관에게 명예회복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순직 경찰관 4명의 유족에게는 1인당 1억2700여만 원, 전투경찰 유족 3명에게는 1인당 1억1400여만 원을 지급했다. 부상한 경찰 및 전경에게는 1인당 2000만 원씩 보상했다.

동의대 사건은 1989년 5월 3일 시위 학생들이 던진 화염병 때문에 학교 도서관 7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압을 하던 경찰 및 전경 7명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3명은 불에 타 숨지고 4명은 불길을 피해 창틀에 매달렸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학생 130여 명은 경찰관 5명을 납치해 학교도서관 7층에 감금하고 연행된 학생 9명과 교환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화염병을 던지고 석유를 뿌렸다. 이 사건으로 학생 77명이 구속돼 30명이 특수공무방해치사상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47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당시 제정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과 보상에 관한 법률(민보상법)’에 따라 만들어진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2년 4월 동의대 사건 시위대 46명을 민주화운동가로 인정하고 1인당 평균 2500만 원, 최고 6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당시 희생당한 경찰관의 희생은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연금 1480만∼3190만 원과 국민성금을 받는 데 그쳤다.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자 당시 경찰은 크게 반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전·의경 106명은 검은 리본을 패용하고 출동용 버스에 ‘5·3 동의대 방화 치사 사건 희생 경찰관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재향경우회 회장단 50여 명도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유족회는 민보상법이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2005년 헌법재판소는 ‘유족은 문제의 결정으로 인격권이나 명예권을 침해당한 직접 당사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보상금 지급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9년 한나라당 이인기 전 의원 등이 발의한 ‘동의대 사건 등 희생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이 법은 발의 후 국회에 계류하다 지난해 2월 통과돼 같은 해 9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꾸려 공식적으로 보상하게 됐다.

동의대 사건 경찰유족회 정유환 대표(54·고 정영환 경사의 형)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동생에게 경찰이 되라고 추천해 평생 죄의식에 시달리며 동의대 소리만 나와도 가슴이 울렁거렸는데 10원을 받든 100원을 받든 조금이라도 명예가 회복된 것 같아 다행”이라며 “보상금을 받았다고 명예회복이 온전히 이뤄진 게 아니다. 역사 속에는 경찰관이 민주 유공자를 탄압한 것으로 돼 있기 때문에 민보상법 위헌 헌법소원을 다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겸 명지대 석좌교수는 “동의대 사건은 불법 행위를 진압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한 것이었지만 그동안 법률이 없어 해주지 못했던 보상을 지금이라도 해줘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2년 보상심의회의 동의대 사건 결정이 있기 전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노경래 변호사 등과 함께 “불합리한 법률을 근거로 더이상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며 사퇴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동의대사건#명예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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