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자동차 과소비’는 유별나다. 최근에는 덜하지만 여전히 ‘경차=서민, 대형차=부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국내에 운행 중인 승용차 열 대 가운데 경차는 한 대(8.9%)가 채 안 된다. 일본은 30.6%, 프랑스는 39%, 이탈리아는 55%에 이른다.
그러나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2015년부터 시행되면 대형차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많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2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를 구입하면 부담금을 부과하고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10인승 이하 승용·승합차 가운데 무게가 3.5t 미만인 자동차로 사실상 국내 시판 중인 대부분의 승용차와 승합차가 포함된다. 액화석유가스(LPG) 차량과 수입차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신차 구입 때만 해당된다. 지금까지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에만 보조금이나 세금 면제 혜택이 있었고 부담금은 없었다. 당초 환경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업계 준비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말 시행 시기를 2015년으로 늦췄다.
환경부가 올해 시행하려고 했던 기준안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10개 구간으로 나뉜다. 배출량이 적을수록 보조금이 늘어나 최대 300만 원까지 지급한다. 소비자는 그만큼 싸게 자동차를 살 수 있다. 반면에 배출량이 많아질수록 최대 300만 원의 부담금이 부과돼 가격이 비싸진다.
수도권대기환경청이 조사한 차종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 기준안에 적용하면 어떤 차종이 보조금을 받고 부담금을 낼지 예상할 수 있다. 준대형차인 그랜저(3.0GDI)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km당 214.4g으로, 소비자는 150만 원의 부담금을 더 내야 한다.
가격이 약 1500만 원인 현대 엑센트 1.6 디젤 승용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km당 144.9g이다. 이는 중립 구간으로 보조금도 부과금도 없다. 기아의 전기차 레이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300만 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2015년 제도 시행 때 보조금 및 부담금 액수는 이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배출량 구간도 더 세분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 배출량 구간 및 금액은 올해 말 결정된다.
프랑스의 경우 2008년부터 이와 비슷한 ‘보뉘스-말뤼스(Bonus-Malus) 제도’를 시행 중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12개 구간으로 나눈 뒤 최고 5000유로(약 720만 원)의 보조금을 주거나 3600유로(약 520만 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시행 첫해 보조금 대상 자동차 판매는 14%가 늘었다. 프랑스는 올해 3월 보조금을 최대 7000유로(약 1000만 원), 부담금을 최대 6000유로(약 860만 원)로 늘렸다.
박연재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배출량 구간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과 기술 수준, 해외 사례를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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