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속수무책 야간 산불, 헬기로 진화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5일 03시 00분


민간 항공기 운용 대진항공, 밀양서 시연회 가져

대진항공 카모프 헬기가 야간 산불 진화를 시연하기 위해 탱크에 물을 담아 이동하는 모습. 밀양시 제공
대진항공 카모프 헬기가 야간 산불 진화를 시연하기 위해 탱크에 물을 담아 이동하는 모습. 밀양시 제공
‘야간 산불을 헬기로 진화할 수 있을까.’

민간 항공기 운용 및 송전철탑 건설업체인 ㈜대진항공(대표 정경환)은 3일 오후 7시 반부터 1시간 동안 경남 밀양시 산외면 금곡리 일원에서 헬기를 이용한 산불 진화 시연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 강승호 기술서기관과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김만주 항공안전과장, 경남도 전영경 환경산림국장, 경남지역 산불담당 공무원, 도의원 등 100여 명이 지켜봤다.

시연에 투입된 헬기는 대진항공의 러시아제 카모프(KA-32T). 마영진 조종사(54)와 부조종사 등 3명은 이날 헬기를 몰고 용암산과 단장천을 7차례 오가며 가상 산불을 진화했다. 산림항공본부 김 과장도 동승해 진화능력 등 몇 가지를 점검했다.

카모프 헬기가 단장천에서 4000L짜리 물탱크를 채우는 데 걸린 시간은 2분 안팎. 대진항공이 특허등록을 한 물탱크에는 자체 발전 엔진과 펌핑 모터, 초강력 서치라이트가 전면과 하부에 장착돼 있다. 이 때문에 야간에도 헬기 진행 방향에 맞춰 조종사의 전방 시계를 확보할 수 있고 하천에서 물을 채울 때도 문제가 없다.

대진항공 정 대표는 “시계비행을 주로 하는 헬기 조종의 특성상 야간에는 산불 진화가 어려웠다”며 “150m 이하 저공 비행에서는 철탑, 전주 등 장애물 때문에 안전을 확보할 수 없었으나 이 헬기는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경북 포항 및 울산 산불은 야간에 헬기를 투입하지 못해 대규모 피해가 났지만 앞으로는 야간 초기 진화가 가능하다는 것.

경남도 김황규 산림녹지과장은 “시연회에서 헬기가 가상 화재지점에 비교적 정확하게 물을 투하했다”며 “부산지방항공청으로부터 ‘긴급 항공기’ 지정 승인이 나면 내부 검토를 거쳐 대진항공과 헬기 임대차 계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에서는 2011년 초 4개월 동안 48건의 산불이 발생해 57ha의 임야가 소실되는 등 2008년 이후 매년 10∼20건의 산불이 났다. 특히 주간에 난 불이 야간으로 이어지자 지난해 초 연간 20억 원을 주고 캐나다산 항공기인 CL215기를 임차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야간 산불이 거의 없었고 이 항공기도 한 차례 출동에 그쳤다. 홍준표 도지사가 “야간 산불 진화능력을 검증해 보라”고 지시했으나 항공사 측이 응하지 않으면서 무산됐고, 이 항공기의 야간 담당도 캐나다로 귀국한 상태다. 항공기는 사천공항에 계류 중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야간 산불#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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