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서 이뤄진 금융거래 기록 수백만 건이 유출되고 해외에 재산을 숨겨둔 부자들 수천 명의 신상이 곧 공개될 것으로 전망돼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3일 “영국의 BBC와 가디언,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프랑스 르몽드 등 세계 주요 언론사가 협력해 발굴한 기록을 이번 주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CIJ는 이날 주요 인물의 거래 명세도 공개했다. ICIJ는 “이번 취재는 전 세계 46개국의 30여 개 주요 언론사 기자 86명이 참가해 15개월간 이뤄졌다”며 “관련 자료 분석 결과 지난 30년간 최소 12만 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설립됐고 170개국 약 14만 명이 유령회사와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ICIJ가 확보한 기록은 e메일 200만 통과 수백만 건의 거래 명세 등으로 정보량은 260GB(기가바이트)이며 이는 2010년 공개된 ‘위키리크스’의 160배에 달한다. 가디언과 ICIJ는 전 세계 조세피난처에 은닉된 금융 자산은 약 32조 달러(약 3경5949조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버진아일랜드에 재산을 숨긴 인사 중에는 세계 각국 대통령의 친인척, 재벌, 독재자의 딸 등이 포함됐다. 국적도 영국 캐나다 미국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이란 중국 태국 구(舊)공산권 국가 등 다양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친구이자 대선 캠페인 공동 재무담당이었던 장자크 오기에는 이곳에서 유령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가자브 바야르초그트 몽골 국회 부의장은 2008∼2012년 스위스 계좌를 이용해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일가도 건설 재벌이 알리예프 대통령 두 딸 명의의 유령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금융자산을 숨겨둔 것으로 드러났다.
캐나다 현직 상원의원의 남편으로 변호사인 토니 머천트 씨는 80만 달러 이상을 역외 신탁으로 운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머천트 씨는 금융거래를 할 때 현금으로 수수료를 지불하고 서면 통신은 최소화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러시아인으로는 최근 사망한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좁스키의 동료인 백만장자 스콧 영과 이고리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의 부인 올가 슈발로프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필리핀의 전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맏딸, 스페인의 최고 부자 미술품 수집가이자 미스 스페인 출신인 카르멘 티센보르네미사도 이름이 공개됐다. 가디언은 일부 인사는 이름이 공개된 뒤 의혹을 부인하거나 실수였다고 변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지난해 버진아일랜드에 해외 국적의 한국변호사 명의로 유령회사를 세운 뒤 회사 자금을 빼돌린 김모 씨를 국세청이 적발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국내 자본의 조세피난처로의 도피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이번에 공개되는 명단에 한국인이 포함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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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5 11:08:26
슨상님 비자금도 이번에 나오는건 아닐테지? 그런 일은 안 벌어져아 할텐데----
2013-04-05 19:16:31
업자들이 하는 짓이 그렇죠. 정부에"어나니머스"가 아닌 실명으로"신고를 하고 그런 곳 은행 계좌를 만들면 그 섬에 가서"바나나"를 따먹든 바람을 피우든 아무도 안 말려요. 꼭 사채 놀이 하다가 세금 내기 싫어서 이름도 주소도 국적도 바꾸고 그런 곳에 가니 문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