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나 겨울에 종종 나타나는 뿌연 하늘은 대기 중 미세먼지가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7분의 1도 채 안 되는 작은 먼지다. 이럴 때 감기나 비염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을 앓는 이들은 괴롭다.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코가 간지럽고 기침이 끊이질 않는다.
더 경계해야 할 대상은 ‘죽음의 먼지’로 불리는 초미세먼지(PM2.5)다. 환경부가 지난해 전국 측정망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한 PM2.5 오염도는 심각했다.
7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1개 측정소 가운데 6곳에서 PM2.5 농도가 연평균 기준인 m³당 25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을 넘었다. 경기 의왕시 고천동 측정소가 32.0μg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인천 남동구 구월동(29.4μg), 강원 춘천시 석사동(27.8μg), 대전 중구 문화동(27.6μg), 대구 남구 대명동(25.7μg), 서울 은평구 불광동(25.2μg) 순이었다.
서해안권은 공단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자동차 배출가스 때문에 오염도가 두드러졌다. 백령도는 중국에서 넘어온 황사 등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일평균 PM2.5 농도가 기준을 초과한 날이 12일이나 됐다. 지난해 일평균 PM2.5 농도가 기준치(m³당 50μg)를 초과한 날도 대전(35일) 서울(31일) 인천(30일) 등에서 많았다. 2011년 2월 4일 대전과 서울의 측정소에서는 일평균 PM2.5 농도가 각각 152μg, 125μg까지 치솟기도 했다.
특히 서울은 2011년과 2012년 모두 연평균 PM2.5 농도가 기준을 넘었다.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해외 주요 도시는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그래픽 참조). 미국 일본은 각각 1997년과 2009년에 PM2.5에 대한 기준을 정해 관리하면서 국민들에게 수시로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PM10은 PM2.5보다 입자가 굵어 코나 기도에서 많이 걸러진다. 반면 PM2.5는 폐 깊숙이 침투해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PM2.5에는 황산염 질산염 같은 이온 성분이 55%나 돼 기관지나 폐에 들어가면 폐렴 기관지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땀구멍보다 작아 피부병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미국 암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PM2.5 농도가 10μg 상승하면 총 사망률이 7% 증가한다.
초미세먼지가 증가하면 노약자, 특히 호흡기 질환자는 마스크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하거나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면마스크는 PM2.5를 완벽하게 거르지 못한다. 황사마스크나 방진마스크를 착용해야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번 쓴 마스크는 버리는 것이 낫다. 실외에서 장시간 일하는 근로자들은 보호안경과 모자까지 착용해야 한다. 황사, 방진마스크는 일반 약국이나 대형 마트 등에서 개당 2000∼3000원 안팎이면 구입할 수 있다. 올해 초 중국 베이징에 심한 스모그가 발생했을 때 일본에서는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1∼6월)에 PM2.5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8월경 수도권을 대상으로 PM10 예보제를 시작하고 내년부터 PM2.5, 오존 등도 포함하기로 했다. 국립환경과학원 박진수 연구사는 “초미세먼지 증가는 국내 발전시설이나 배출가스 등의 영향이 크다. 저감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PM2.5 ::
지름 2.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초미세먼지. 흔히 미세먼지라 부르는 PM10(10μm 이하)보다 훨씬 작다. 참고로 머리카락 한 올의 굵기는 50∼70μ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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