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경기침체로 미분양 주택이 늘어난 데다 공사 착공이 지연되면서 택지개발지구 내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택지개발지구도 학교, 치안, 병원, 은행 등의 생활 편의시설이 없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고양=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무슨 오지 체험도 아니고. 아파트만 덩그러니 지어놓고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해도 되는 겁니까.”
지난해 10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택지개발지구 17단지로 이사 온 김모 씨(45)는 6개월 가까이 아파트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어 고생하고 있다. 김 씨가 사는 아파트는 598가구 중에 413가구가 입주했다. 하지만 입주 6개월이 지났지만 주변에 상가라고는 정육점을 겸한 슈퍼 하나가 고작이다. 그 흔한 빵집, 치킨집, 미용실 하나 없다. 간단한 걸 사려 해도 차로 20분 거리인 서울 은평구나 고양시 화정까지 나가는 경우가 많다.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이 빵을 먹고 싶다고 보채 빵집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야 했다.
병원 편의점 미용실 학원 등의 입점이 늦어지는 이유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 인근 단지가 입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입주민만 대상으로 보증금, 임차료, 인테리어 비용 등 수천만∼수억 원을 들여 가게를 내면 적자가 뻔하다는 것.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상가 임대 문의가 들어오긴 하지만 망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장사하는 사람이야 당장에 먹고살아야 하니까 전망이 불투명한 이곳에 개업하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입주민들의 또 다른 고통은 아이들의 통학. 17단지와 인근 15단지(822가구) 등 1200가구가 있지만 초등학교가 없다. 단지 내 학교가 완공되려면 내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현재는 2km가량 떨어진 학교로 가야 한다. 이에 대한 민원이 급등하자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등하교 시간에 통학버스로 아이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밤이 되면 암흑의 도시처럼 변한다. 문을 연 가게나 지나는 차량이 거의 없고 가로등도 몇 개 없다. 교통사고는 물론이고 안전사고 범죄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어 주민들은 불안하다. 방범 초소 2개가 있지만 경찰도 고정 배치할 인력이 없어 간간이 차량 순찰만 하고 있다.
올 초 입주했다는 이모 씨(47·여)는 “밤이 되면 웬만해서는 밖에 나가질 않는다”며 “행여나 애들이 늦게 오는 날이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다”고 했다.
17단지에서 2km 넘게 떨어진 21, 22단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1400여 가구 가운데 90%가 입주를 마쳤지만 정문 앞 상가에는 대부분 부동산중개업소가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한 입주민은 “단지를 지나는 버스 노선이 2개밖에 없어 승용차가 없으면 매우 불편하다”며 “20분마다 한 대꼴로 오는데 아파트 단지를 뱅글뱅글 돌며 경유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삼송지구는 510만 m² 터에 2만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체 24개 단지 중에 6개 단지만 입주했다. 9개 단지는 착공조차 못했고 이 가운데 3개 단지는 용지 매각도 안 된 상태다. 당초 2011년 12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2012년까지 한 번 연기했다가 최근에 2014년 말까지 다시 연기됐다.
또 다른 택지개발지구인 의정부 민락 2지구. 6년전 사업 계획을 세울 당시 262만여 m² 터에 올해 말까지 20개 단지 1만6000가구를 입주시킬 계획이었지만 공사는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12월에야 2개 단지가 입주했고 2개 단지가 공사 중이다. 나머지 16개 단지는 아직 삽도 못 뜬 상태다.
지구 내 첫 입주 단지인 양지마을 8단지 앞. 택지지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주변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단지를 잇는 주 도로 양쪽에는 자재를 실은 공사차량이 쉴 새 없이 공사장을 오가다 보니 분진, 소음이 심각했다. 병원이나 은행 마트 같은 편의시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아파트 바로 옆에는 9월 개교 예정인 초등학교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학생들은 2km가량 떨어진 임시 학교 건물로 통학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주변 상가는 텅텅 비었고 ‘분양 상담’ ‘임대’ 등을 알리는 부동산 광고 현수막만 바람에 나부꼈다.
LH 관계자는 “국토부와 입주 관련 기관들이 매달 입주 지원 점검회의를 열어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하지만 민간건설사의 참여가 부진해 삼송이나 민락 2지구가 자리 잡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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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 12:29:45
뇌물현이 탓이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