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홍천 4곳 여의도절반 면적, 안전시설 제대로 안갖추고 방치
토사 유출-수질오염 등 위험 높아
강원 춘천시 동산면의 A골프장 건설 현장. 2011년 1월 공사가 중단된 후 2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산을 깎은 곳과 벌목이 이뤄진 곳은 군데군데 맨살을 드러내듯 흉한 모습을 하고 있다. 또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경사면에 설치한 덮개 시설은 상당 부분 찢어져 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강원도에서 공사 중단으로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골프장 건설 현장이 해빙기 및 우기를 맞아 각종 환경재해가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지방환경청은 도내에서 건설 중인 9개 골프장에 대한 환경 관리 실태를 파악한 결과 이 가운데 경영 악화, 행정 처분 등의 사유로 공사가 중단된 4곳이 토사 유출에 의한 수질 오염, 사면 붕괴, 비산 먼지 발생 등 심각한 환경 재앙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이들 골프장은 공사가 중단된 지 최대 2년이 넘었고 여의도 면적의 절반이 넘는 446만m²(약 134만9000평)가 벌거숭이가 된 채 방치되고 있다.
A골프장은 35.5%의 공정이 진행된 가운데 경영 악화로 공사가 중단됐다. 71만m²(약 21만4700평)가 벌목과 절개가 이뤄진 상태다. A골프장은 환경재해 우려뿐 아니라 사후환경영향조사도 하지 않아 원주지방환경청으로부터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45%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홍천군 서면 B골프장은 약 137만m²(약 41만4400평)가 벌거숭이로 변했다. 이 골프장은 사업용지 내 일부 토지를 매입하지 못하면서 토사 유출에 대비한 침사지 설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골프장은 홍천군으로부터 고발 조치되기도 했다.
홍천군 북방면 C골프장도 일부 벌목이 시행된 40만m²(약 12만1000평)가 황폐화됐다. 이 골프장은 이식해야 할 나무와 삼지구엽초 등이 훼손돼 2011년 9월 강원도로부터 공사 중지 명령을 받은 이후 1년 6개월이 넘도록 토사 유출 저감 시설 없이 방치되고 있다.
춘천시 동산면 D골프장은 황폐화된 면적이 198만m²(약 59만8900평)으로 4개 골프장 가운데 가장 크다. 시행사 부도로 지난해 10월부터 공사가 중지된 채 방치되고 있는 곳. 2011년 집중 강우 때 최종 침사지의 저류수가 넘쳐 토사가 유출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비가 내리면 토사 유출 재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지방환경청은 문제점이 노출된 이들 골프장의 사업 인허가 기관인 강원도, 춘천시, 홍천군에 사면 녹화 및 안정화 방안 등 환경 재해 예방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 골프장이 경영 악화 등으로 공사가 중지돼 공사 재개 의지가 약한 만큼 해당 시군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원주청은 앞으로 대규모 공사 진행 사업장에 대해 일제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정성광 원주청 환경평가과 팀장은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는 골프장은 직원들의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경 재해 우려가 적지만 공사가 중단된 곳은 공사현장이 방치되고 관리 인력이 부족해 재해 위험이 크다”며 “최근 기상 예측을 벗어난 국지성 호우나 돌발 강우가 자주 발생하는 만큼 예방 시설의 보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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