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 사업이 본격화된다. 2014년까지 성돌(성곽을 쌓았던 돌)로 읍성 터에 상징 조형물을 세운다. 동성로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 등 4개의 성로(城路)를 모두 연결하게 된다.
대구 중구와 중구도시만들기지원센터는 최근 이 사업의 핵심인 ‘대구읍성 성돌 실태 조사서’(67쪽)를 펴냈다. 도심 일대에 흩어져 있던 성돌 현황을 1년 동안 조사해 정리했다. 1906년 읍성이 허물어진 뒤 107년 만이다. 이번 조사에서 계성중고교와 동산동, 달성공원, 북성로, 대구향교 등 75곳에서 성돌 3만721개를 찾았다. 달성공원 일대가 9464개로 가장 많으며, 동산동 7294개, 대구향교 6627개, 계성중고교 5793개였다.
이 책은 새로 찾은 성돌 위치와 상태, 회수 가능성 여부도 정리했다. 현재 2만1371개(69%)는 근대 건축물 공사 등에 쓰여 회수가 불가능하다. 나머지 9350개(31%)는 계단이나 조경용 등으로 사용돼 소유자들의 기증 방식으로 회수 가능한 것으로 예상됐다.
중구는 2008년부터 성돌 모으기 시민 캠페인을 벌여 5곳에서 주택 담장과 정원 장식돌 등으로 쓰였던 성돌 98개를 수집했다. 성돌 찾기에 참여한 예명해 대구대 교수(건축공학과)는 “곳곳에 숨어 있던 대구의 역사를 찾아낸 셈”이라고 말했다.
중구가 성돌 찾기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자취를 감춰 버린 ‘성곽의 혼’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우선 북성로∼서성로(1.6km) 구간에 휴식 공원과 상징 조형물 조성에 성돌을 활용할 계획이다. 5000여 개의 성돌로 길이 8∼10m 성곽도 새로 쌓아 ‘읍성 탐방길’을 조성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일부 구간은 성돌을 아래에 묻고 유리로 덮는 ‘거리박물관’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근대골목투어 코스에도 성돌 위치를 표시해 방문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읍성 상징거리가 완성되면 주변 관광자원 개발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근대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는 북성로 입구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꾸민다. 조선시대 마지막 임금이 걸었던 ‘어가길’(태평로3가∼북성로)도 조성 중이다.
대구읍성에는 10만여 개의 성돌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번 조사에서 발견한 것은 30%에 불과하다. 양수용 중구 도시경관과장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성돌 발견 지역 주변 건물을 철거할 때 역사 전문가들이 현장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와 함께 성돌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는 연구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성돌 모으기는 역사 살리기”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강조 ▼
“성돌 모으기는 대구의 역사를 되살리는 사업이죠.”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사진)은 9일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사업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이 사업은 대구 도심의 역사적 가치를 재발견해 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읍성 재현을 통해 조선시대 성곽 모습과 건축 과정을 살피는 한편 도심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허물어뜨려진 시대적 상황을 살펴본다는 의미도 있다. 윤 구청장은 “도심에 읍성을 다시 쌓는 일은 도시계획을 바꿔야 할 정도로 어렵지만 대구 역사를 다시 세운다는 점에서 시민의 응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읍성 거리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면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의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 대구 읍성(邑城) ::
대구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을 중심으로 1590년(선조 23년)에 군사 목적으로 쌓은 토성. 이후 토성이 무너져 1736년(영조 12년) 길이 2650m, 높이 3.8m, 폭 8.7m의 석성(石城)으로 축조됐다. 1906년 일본인 상권 보호를 명목으로 강제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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