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0시경 시각장애인 안마사 22명이 서울 강서경찰서 1층 로비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경찰의 불법 안마시술소 단속에 항의하며 “악덕 ‘탕치기’부터 잡아 달라”고 소리쳤다.
탕치기는 경찰 신고를 무기로 불법 업소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행위를 뜻하는 속어다. 도우미 노래방이나 사행성 오락실 등 불법 영업을 하는 곳이 대상이지만 특히 성매매를 겸하는 안마시술소가 주된 표적이다. 불법 안마시술소에서라도 일해야 하는 시각장애 안마사들은 이런 탕치기 때문에 “생계가 위협받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탕치기꾼은 주로 해당 업소에서 일해 본 사람이다. 경찰의 단속 시스템을 잘 알기 때문. 한 업소가 1년간 2번 단속되면 2개월 영업정지, 3번 단속되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점을 노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신고한다. 참다 못해 업주가 경찰에 협박 사실을 신고하면 아예 돈을 요구하지도 않고 반복적으로 신고만 하는 방식으로 보복한다. 최근에는 3, 4명씩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대포통장으로 정기적인 ‘상납금’을 받는 일당까지 등장했다.
성매매하는 불법 안마시술소가 문제이긴 하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힘든 시각장애인에게는 이 업소가 중요한 생계수단이다. 대한안마사협회 관계자는 “1990년대만 해도 특급 호텔마다 10∼20명의 안마사를 고용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스포츠 마사지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며 “순수하게 안마만 하는 합법 업소는 스포츠마사지, 피부 관리, 태국마사지와의 경쟁에서 밀려 대부분 폐업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결국 가장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는 성매매를 겸하는 안마시술소뿐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인정하고 지원하는 안마센터에서 일하는 시각장애인 김모 씨(37)도 “공식 안마센터는 몇 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불법 안마시술소는 24시간 내내 일할 수 있고 수입도 훨씬 많다”며 “성매매 안마시술소가 불법이긴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엄연한 생계수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탕치기꾼의 신고여도 불법 영업 신고인 만큼 모르는 척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불법이 불법을 뜯어먹는’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역시 불법의 사슬에 기대어 살아가는 시각장애인들의 심야 집단 시위는 우리 사회의 풀기 어려운 딜레마를 드러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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