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3시 40분경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의 서대문사거리 앞 횡단보도. 100장이 넘는 지폐가 바람에 흩날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길을 걷던 김모 씨(43·여)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 그만 손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놓친 것이다. 봉투 안에 들어있던 지폐 120장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고 지폐들은 순식간에 초속 15m가 넘는 강풍에 날아가며 차도와 인도 위로 흩어졌다.
김 씨는 지갑과 우산도 내팽개친 채 이리저리 날아가는 지폐들을 잡기 위해 차도로까지 뛰어들었다. 봉투 안에 들어있던 지폐는 5만 원권 40장, 1만 원권 80장 등 모두 280만 원. 회사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참가비로 나눠주기 위한 공금이었다.
다행히 영천시장 인근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을 위해 순찰을 돌던 서대문경찰서 교통과 조귀석 경사(35)와 이승한 경사(43)가 도로에서 지폐를 줍는 김 씨를 발견했다. 경관들은 차량 통행을 일단 정지시킨 뒤 함께 돈을 주웠다.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지폐 줍기를 도왔다. 10여 분만에 5만 원권 35장, 1만 원권 75장을 회수했다. 하수구 입구에 끼어 있거나 인근 건물 벽면에 붙어 있던 지폐까지 찾았다. 그러나 30만 원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조 경사는 “못 찾은 지폐는 바람에 멀리 날아갔거나 차량에 달라붙은 채 현장에서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것만이라도 찾아서 정말 다행”이라며 경관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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