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영화를 좋아하죠? 저도 영화 마니아라고 자칭할 정도로 영화를 사랑합니다. 어릴 때 봤던 좋은 영화가 성인이 되고 나서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영화인의 축제인 제8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2월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돌비극장(옛 코닥극장)에서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영화계에 아카데미상이 있다면 음악계에는 오랜 전통과 역사적 권위를 인정받는 그래미상이 있습니다. 동아일보 2월 12일자 A21면을 보니 ‘英 밴드 멈퍼드&선스 바벨, 그래미 최고상 올해의 앨범’이라는 기사가 나오네요.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55회 그래미상 시상식의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보여 줍니다.
그래미상은 올해로 55회째입니다. 미국 음반 예술 산업 아카데미(NARAS)가 주최합니다. 1957년에 제정됐고, 2년 뒤의 제1회 시상식을 시작으로 해마다 봄에 개최됩니다. 팝 재즈 클래식 뉴에이지 등 음악의 모든 부문을 아우릅니다. 80여 부문에 걸쳐 시상을 하는데 특히 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레코드상, 올해의 음반상, 신인 아티스트상이 주요 상으로 평가됩니다.
수상자는 NARAS에 소속된 음악인, 음악 프로듀서, 작사가와 작곡가, 녹음 엔지니어, 음반 산업 종사자나 관계자의 투표로 결정됩니다. 수상자는 축음기 모양으로 황금빛인 트로피(그래미란 축음기를 뜻하는 그래머폰의 애칭!)를 받습니다. 본상 외에도 25년 이상 된 앨범 가운데 역사적 의미와 예술적 완성도를 지닌 작품에 ‘명예의 전당상’을 줍니다. 뛰어난 예술적 성과를 올린 음악인에게는 ‘평생 공로상’을 수여하지요.
그래미상은 후보에 오르기만 해도 세계 음악계에서 인정받는다고 말할 정도로 권위가 있습니다. 55년의 역사 동안 세계의 여러 음악가가 수상했습니다. 지금까지 전 장르, 전 부문을 통틀어 최다 수상자는 영국 음악가인 고(故) 게오르그 솔티입니다. 20세기 전설의 지휘자 중 한 명으로 헝가리 출신입니다. 그는 ‘평생 공로상’(1996년)을 포함해 모두 31회를 받았습니다.
솔티의 뒤로는 미국의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퀸시 존스, 여가수인 앨리슨 크라우스가 공동 2위(27회 수상)입니다. 특히 팝의 황제인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퀸시 존스는 지난 1985년 라이오넬 리치,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밥 딜런, 폴 사이먼, 빌리 조엘, 티나 터너 등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참여했던 싱글앨범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제작하여 당시 전 세계 음악계의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는데 이 싱글앨범은 아프리카 난민을 위해 기부 차원에서 만든 특별한 앨범이었기 때문이지요.
프랑스가 배출한 작곡가 겸 지휘자인 피에르 불레즈는 26차례를 받았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1993년에 30대 초반의 나이로, 즉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평생 공로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불렀습니다. 그가 대중은 물론 평론가들에게도 얼마만큼 인정받고 사랑받았는지 느끼게 하는 대목이지요.
세계 최고의 음악상이라는 얘기를 듣지만 요즘에는 시상 기준이 편파적이고 보수적이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종종 나옵니다. 미국에는 1973년 창설된 ‘아메리칸 뮤직상’도 있습니다. 가수 싸이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여기서 ‘뉴미디어상’(2012년)을 받았지요.
또 미국의 대표적 음악방송사인 ‘MTV’는 뮤직비디오의 인기도를 바탕으로 ‘MTV 비디오 뮤직상’을 줍니다. 100% 음반 판매 기준으로 시상하는 ‘빌보드 뮤직상’도 있습니다. 그래미상, 아메리칸 뮤직상, MTV 비디오 뮤직상, 빌보드 뮤직상이 미국의 4대 음악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미국에 그래미상이 있다면 영국에는 ‘브릿 어워드’가 있습니다. 영국음반산업협회가 음반 분야의 탁월한 업적에 대해 수여하는 상입니다. 1977년부터 해마다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1회 때는 영국이 낳은 전설의 록그룹 비틀스가 주요 부문의 상을 휩쓸며 3관왕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프린스, 퀸, 마이클 잭슨, 오아시스 같은 최고의 가수 역시 받았습니다.
일본의 음악 및 음반시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3대 음악상 시상식이 있는데요. 가장 오래되고 권위를 자랑하는 상은 ‘일본 레코드 대상’입니다. 1959년부터 일본 작곡가 협회가 제정했습니다. ‘일본 유선대상’은 1968년부터 생겼습니다. 방송 집계와 인기도를 바탕으로 시상합니다. ‘일본 골든 디스크 대상’은 1987년부터 순수 음반 판매 집계를 반영하여 시상합니다. 한국의 가수인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빅뱅, 카라, 장근석, 고 박용하가 일본의 3대 음악상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가수를 꿈꾸는 친구들이 여러분 주위에 참 많지요? 이렇게 해외의 유명 음악상에 대해 알면서 미래에 대한 꿈을 크게 갖는 일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 같은 나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음악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고요? 한국을 대표하는, 그러면서도 권위가 있는 음악상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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