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6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 인천 연수구 미추홀카페아카데미에서 바리스타 강사로부터 에스프레소 추출법을 배우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여러분,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전 필터 안에 있는 커피 원두가루를 골고루 다지는 ‘탬핑’ 작업을 꼼꼼하게 해주셔야 해요.”(강사)
“강사님. 탬핑을 제대로 안하면 바리스타 실기시험 때 감점을 받나요?”(어르신)
9일 인천 연수구 청학동 연수광장프라자 3층에 위치한 ‘미추홀카페아카데미㈜’. 60, 70대 어르신 10여 명이 김명준 미추홀카페아카데미 팀장(31·바리스타 강사)의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 어르신은 강의내용을 노트에 빼곡히 기록하기도 했다.
이론강의를 마치고 한 명씩 나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기계를 직접 조작했다. 이미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뒤여서 그런지 손놀림이 능숙했다.
미추홀카페아카데미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을 통해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전국 최초의 ‘고령자 친화기업’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정부 예산 2억5000만 원과 인천시 예산 2억 원 등 총 4억5000만 원을 들여 5일 문을 열었다. 보건복지부와 인천시, 인천노인인력개발센터 등 3개 기관의 컨소시엄으로 탄생했다.
이날 바리스타 이론 및 실습교육에 참가한 어르신들은 현재 인천노인인력개발센터 산하의 미추홀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체계적인 재교육을 통해 정식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에 도전장을 낸 것.
미추홀카페는 인천노인문화회관점과 인천교통공사점, 인천가족공원점, 인천여성가족재단점, 인천숭의축구전용경기장(경기 당일에만 운영) 등 5개 점포에 30여 명의 어르신이 교대로 근무 중이다. 이 카페는 2년 전 하루 평균 3000명이 이용하는 인천노인문화회관에 커피와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생겼는데 초창기 이름은 ‘꿈꾸는 카페’였다.
가족공원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인숙 씨(69)는 “좀더 맛있는 커피와 음료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꼭 따고 싶다”며 “친구들과 함께 실버카페를 오픈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군인 출신인 이재숙 씨(65)는 “돈을 떠나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점에서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추홀카페아카데미에서는 시중학원보다 30∼50% 저렴한 비용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할 수 있다. 커피학개론 같은 이론교육, 커피 볶기(로스팅), 다양한 도구를 이용한 커피 추출, 그라인더 설명 및 탬핑 실습, 우유 스타밍 방법 실습 등 이론과 실습교육을 모두 배울 수 있다.
인천시노인인력개발센터 신원철 회장(미추홀카페 대표 겸직)은 “기본적인 학원 수강비는 있지만 형편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받을 것”이라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노인 분들의 많은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추홀카페아카데미는 앞으로 어른신은 물론이고 취업준비생, 여성 등 인천시민에게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해 취업과 자격증 획득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032-818-9909
이날 입소문을 듣고 미추홀카페아카데미를 찾아 상담을 받은 황정숙 씨(61)는 “나이가 비슷한 친구들은 월급을 떠나 하루 몇 시간씩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며 “미추홀카페가 시내 곳곳에 많이 생겨 노인 일자리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추홀카페는 앞으로 인천 남구 등에 지점을 추가로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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