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재판장은 한번 얘기해 보세요’ 해놓고는 듣지도 않고 바로 다른 얘기로 넘어가 버린다. 너무 형식적이다.”
대법원이 최근 발간한 ‘민사재판 리포트 2013: 1심 집중 실천을 위한 제언’에 나타난 변호사들의 집단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이 리포트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민사 1심 재판에 대한 당사자들의 만족도를 높이자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인터뷰는 지난해 5, 6월 이뤄졌다. 당시 변호사들은 △판결문 작성 방식 △조정 △재판 및 증인 신문 방식 등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판결문에 대한 문제 제기는 대체로 ‘사건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결문을 자세하고 성실하게 작성해 달라’는 당연한 것들이었다. A 변호사는 “치열하게 다퉜던 쟁점들을 피해 판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판결은 굉장히 허탈하다”고 지적했다. B 변호사는 “이겨도 마음이 편치 않은 판결문이 있다. … 승소했다는 것 말고는 다른 내용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C 변호사는 “이긴 쪽에서 봐도 틀린 부분이 많다는 게 문제”라며 “그런 부분에서 사법신뢰가 왔다 갔다 한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을 간결하게 쓰자는 제안엔 대체로 반대했다. D 변호사는 “판사들의 업무를 덜자는 취지로 접근하는 건 절대로 반대한다. 판결문의 답변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되도록 판결 이유를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E 변호사는 “길게 쓰는 것보단 쟁점에 대한 판단을 빠뜨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100쪽이 넘으면 읽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조정(판결 전 양측 합의로 재판을 마무리하는 제도)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F 변호사는 “법원 조정실에 한쪽 당사자만 남게 하고 상대방을 나가게 하면 상대방은 그 안에서 판사가 다른 이야기를 할 거라고 오해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법원의 권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G 변호사는 “조정 의사가 없는데도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조기 조정으로 가는 것은 오히려 절차를 지연시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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