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도심 주택가서 사제총 ‘탕! 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6일 03시 00분


대구서 플라스틱 권총 개조 30대, 아무관계 없는 여대생에게 발사
피해자 찰과상… 범행동기 수사

15일 대구 남구 대명동 주택가에서 30대 남성이 여대생을 향해 쐈던 플라스틱 권총과 탄환 발사용 실린더 2개.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15일 대구 남구 대명동 주택가에서 30대 남성이 여대생을 향해 쐈던 플라스틱 권총과 탄환 발사용 실린더 2개.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탕!’

15일 오전 11시 반경 대구 남구 대명동 대구여상 앞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이곳을 지나던 영남이공대 학생 김모 씨(21·여)는 얼굴에 무언가 스치는 느낌을 받고 깜짝 놀랐다. 고개를 숙인 채 인근의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의 뒤쪽에서 또다시 ‘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 씨는 집에 돌아온 뒤 턱밑에 찰과상을 입은 사실을 알게 됐다. 총알이 스쳐간 상처였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누군가 나를 겨누고 총을 쏜 것 같아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대구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석모 씨(39·무직·대구 달성군)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플라스틱 권총을 개조해 만든 납 탄환(길이 1.5cm, 탄두 1.5mm)을 길 가던 김 씨에게 발사했다. 석 씨와 여대생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회에 불만을 품고 무작정 아무나 해치려 한 ‘묻지 마 범죄’로 추정하고 있다.

석 씨는 사건 지점에서 약 100m 떨어진 한 교회 앞에서 총을 들고 배회하다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검거 과정에서 사제 총기를 경찰에게 겨누며 강하게 저항했다. 손가방에 있던 흉기를 꺼내 휘두르기도 했다. 경찰은 전기충격기를 사용해 석 씨를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남부서 동대명지구대 소속 박모 경위(47)가 손가락이 골절됐다.

경찰은 석 씨의 손가방에서 개조한 플라스틱 권총 외에 나무로 만든 사제 총과 실탄 9발, 흉기 등을 압수했다. 권총은 둥근 모양의 실린더 속에 납 탄환과 화약을 장착한 뒤 못으로 만든 공이로 때려 발사되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석 씨는 왜 여대생에게 총을 쐈는지 등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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