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밝은 표정을 보니 세상도 달라진 느낌입니다. 대구에서 받은 따뜻한 마음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중앙아시아 북부의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아흐메도바 조이 씨는 16일 “아이를 잘 키워 나중에 한국에서 즐거운 여행을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흐메도바 씨의 딸 스마나리에바 다카이(6)는 지난해 9월 심장판막결손증 진단을 받았다. 심장의 피가 거꾸로 흐르지 않도록 막아주는 얇은 막에 이상이 생긴 것. 현지 병원이 수술을 하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꺼리자 아흐메도바 씨는 발을 구르다 대구파티마병원으로 오게 됐다. 7년 전 경북 성주로 시집 온 다카이의 이모가 “대구에서 수술을 하면 완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유했다.
다카이 어머니와 이모 부부는 대구파티마병원을 찾아 사정을 이야기했고 병원 측은 의료비를 최대한 지원하기로 하고 수술을 결정했다. 9일 5시간에 걸친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수술을 맡은 허동명 흉부외과 과장은 “큰 수술을 하는데도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고 잘 견뎌줬다. 수술이 아주 잘된 만큼 이제 마음껏 뛰놀며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퇴원하는 다카이 양은 “빨리 집으로 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며 좋아했다.
독일의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1956년 개원한 대구파티마병원은 1500여 명이 근무하는 대학병원급 종합병원. 대구 동구 신암동 언덕에 개원한 이유는 6·25전쟁 후 형성된 빈민촌 주민에게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 병원이 캄보디아 등 아시아권에서 의료봉사를 활발하게 하는 이유도 이 같은 정신을 실천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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