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의 유명 A사립대 경영대를 졸업한 이모 씨(26·여)는 5년 넘게 학교를 다녔지만 한 번도 창업 관련 수업을 들은 적이 없다. 그가 수강한 전공과목은 경영전략, 재무관리, 마케팅원론, 경영통계, 회계학 등 수십 년 전부터 계속돼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씨는 “전공 커리큘럼 중에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을 위한 수업은 없었다”며 “창업은 창업동아리에서나 별도로 준비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미국의 경영대학도 그럴까.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경영대는 학사과정부터 창업 및 기업가정신을 가르친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이 최초로 창업 과정을 도입한 이후 1970년대 들어 대부분의 경영대가 뒤따라 기업가정신 강의를 교과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밥슨칼리지는 학부 4년 동안 경영능력과 사업지식을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 회계학, 경영통계 같은 기업 운영에 필요한 기초이론뿐 아니라 리더십, 인맥 네트워킹 등 창업가가 되기 위한 자질 교육과 사업계획서 작성, 자금 조달 등 창업 후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르치고 있다. 이 학교 재학생의 90%는 졸업 전에 사업계획서를 써본다.
‘기업가정신센터’를 별도로 운영해 학생들이 체계적인 창업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하는 미국의 대학은 200여 곳에 이른다. 스탠퍼드대는 창업 관련 프로그램 가운데 3분의 1을 실리콘밸리 내 창업기업의 관계자에게 일임한다. 상아탑에 갇힌 교육보다는 거친 현장의 노하우를 직접 들려주는 게 창업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서다. 스탠퍼드대가 운영하는 30여 개 기업가 마인드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학생은 매년 2000여 명에 이른다. 실리콘밸리의 인력양성소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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