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침 서울 강남 무역전시장 한복판에서 사람을 향해 도끼날이 번뜩였다. 손에 도끼를 든 사람은 범행 두 달 전까지 이곳에서 청소하던 임모 씨(64). 그는 2월 26일 아침 그전부터 수차례 항의하러 찾아왔던 이곳에 다시 나타났다. 임 씨는 관리소장 정모 씨(43)에게 “왜 퇴직금을 주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전에도 말했듯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오자 임 씨는 들고 있던 비닐봉투에서 손도끼를 꺼내들었다. 놀란 정 씨가 재빨리 피했지만 도끼날은 왼쪽 어깨를 스쳤다. 용감한 행인 몇몇이 달려들자 임 씨는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임 씨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용역회사 소속으로 무역전시장 환경미화원으로 일했다. 계약된 10개월이 지난 뒤 계약은 연장되지 않았다. 계약이 연장되지 않은 것도 서운했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해 퇴직금이 없다는 말에는 분노가 치밀었다. ‘단 두 달만 더 일하게 해주면 됐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수서경찰서는 임 씨를 수배한 끝에 17일 살인미수 혐의로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임 씨는 ‘관리소장을 살해하려고 구입한 게 아니라 농사를 지으려고 손도끼를 샀다’고 주장했지만 도끼 이외 다른 농기구를 산 정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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