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고향인 주부 이성미 씨(42)는 17일 중구 항동 인천종합어시장을 찾았다. 제철을 맞은 주꾸미를 사서 저녁 식탁에 올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이 씨는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예년에 비해 주꾸미 가격이 턱없이 올랐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kg(10∼15마리)당 3만 원 수준으로 알이 꽉 찬 암꽃게(kg당 2만5000원)보다 비쌌다.
이 씨는 “주꾸미가 다른 수산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대신 영양가는 풍부해 매년 봄이면 빼놓지 않고 가족들과 즐겨 먹었다. 지난해 봄에는 kg당 2만 원 정도면 주꾸미를 샀는데 올해는 50% 이상 올라 지갑을 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마다 봄이면 인천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주꾸미의 어획량이 올해 크게 줄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해 이상저온 현상 때문에 주꾸미 어군이 늦게 형성된 탓이다. 지난주 중반에는 인천종합어시장과 소래포구어시장 등에서 살아 있는 주꾸미가 kg당 4만 원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다행히 14일부터 주꾸미의 가격이 다소 내려가 kg당 2만3000∼2만5000원에 경매돼 시민들에게 3만 원에 팔렸다. 그럼에도 지난해 같은 시기 경매가(1만5000∼2만 원)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이다. 어민들은 20일 이후 수온이 올라가 주꾸미 어획량이 예전처럼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어과의 연체동물인 주꾸미는 수온이 올라가는 4월이면 산란기를 맞아 서해 연안으로 몰려든다. 이때 잡히는 주꾸미는 육질이 쫄깃하고 씹을수록 은근한 맛이 우러난다. 특히 주꾸미 암컷은 흔히 머리라고 불리는 몸통에 쌀같이 들어 있는 ‘알집’ 부위를 씹을 때 느껴지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어서 봄철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주꾸미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 많아 당뇨 예방과 원기 회복, 숙취 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
최근 인천 동구 만석부두와 중구 북성부두, 강화도 선두리 매음리 포구 등에서 매일 어선 40여 척이 주꾸미 조업에 나서고 있다. 배가 들어오는 밀물 시간에 맞춰 부두를 방문하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가장 클 때(음력 1, 15일) 주꾸미가 연안으로 나와 그물에 많이 걸린다고 한다.
동구 만석동에는 주꾸미 식당 거리가 조성돼 있다. 주꾸미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샤부샤부’와 여러 채소를 고추장에 버무려 함께 볶아 내는 볶음요리가 대표적 요리 방식이다. 인천종합어시장 조한섭 기획실장은 “주꾸미는 만졌을 때 빨판이 짝짝 달라붙고, 몸통이 갈색을 띠는 것이 신선한 것”이라며 “중국산이 많기 때문에 원산지 표시를 확인한 뒤 가급적 생물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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