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 졸업장을 받고도 “생각보다 써먹을 곳이 없다”며 투덜거리는 졸업생들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달라졌다. 먼저 회사에서 보는 눈이 남다르다. 실제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잘 키운 국내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가 웬만한 해외 MBA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는 임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국내 환경에 딱 맞는 맞춤형 커리큘럼, 유연한 사고방식까지. 국내 MBA의 강점은 다양하다. 여기 국내 대학에서 MBA를 한 3명이 있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힘주어 말했다. “MBA를 계기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중국 전문가, 꿈을 이루다
최고은 씨(29·여)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중국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경제를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학부 시절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그냥’ 학교를 다녔다. 그러다 남들처럼 스펙을 쌓고 그 스펙을 바탕으로 손꼽히는 대기업에 입사해 인사팀에서 근무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최 씨를 부러워했다. 그런데 정작 그는 심란했다. 적성과 무관한 곳에서 일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비싸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했다.
3년 뒤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에 가기 위해서였다. 지인이 이곳을 “중국 경제 전문가 양성기관”이라면서 강력하게 추천했다.
공부는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학교에선 책으로 중국을 배우지 않았다. 중국 베이징대 광화경영대학원(CHINA MBA), 푸단대 경제대학원(CHINA MBE, CHINA FINANCE 과정 등)과의 교류를 통해 학생들이 현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스템이었다.
100% 중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빠듯했다. 그런데 전문성까지 요구하는 환경이라니.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꿈틀댔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따라가 보기로 작심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한 학기가 지나갔고 중국 경제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졸업할 때쯤엔 어느 새 중국 전문가 수준이 됐다. 사례 및 실무 중심 커리큘럼, 훌륭한 교수진의 강의가 힘이 됐다.
최 씨는 지금 KOTRA 글로벌팀에서 근무한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는 “중국대학원 졸업생이란 자부심이 가슴 한구석에 늘 있다”고 했다. 당찬 포부도 밝혔다. “지금 일하는 이곳에서 한중 무역의 핵심 중개자가 될 것입니다.”
의료환경, 입체적으로 배워
한양대 MBA에서 의료경영을 전공한 조은희 씨(43). 그는 “병원들이 대체로 의료산업의 변화 추세 등에 감각이 무디다”고 평가했다. 사실 그도 그런 감각이 없었다. 한양대 MBA 과정을 하기 전까진. 그는 한양대 MBA를 통해 의료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입체적으로 공부했다. 또 의료인들이 갖춰야 할 서비스 마인드, 글로벌 의료체계 등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배웠다.
그는 한양대 MBA의 강점으로 특히 세분되고 전문화된 교육 방식을 꼽았다. “한양대 MBA는 6개 과정으로 세분돼 있어요. 본인의 관심과 역량에 맞게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죠.”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역시 매력. 차세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세계적인 전문가 등 여러 트랙의 재학생들은 함께 공부하며 팀워크를 형성한다. 공부가 막힐 때 조 씨는 교수진에게 ‘SOS’를 요청했다. 그는 “현장과 연계된 수업은 특히 이후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 교수님들이 한 가족처럼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무래도 다가가기 편했다”고 전했다.
조 씨는 서울아산병원의 아카데미 운영팀에서 근무한다. MBA에서 습득한 전문지식을 현장의 실질적인 서비스에 적용하니 업무 능률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양대 MBA 과정을 마치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넓고 다양한 길이 보여요. 요즘엔 MBA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자기 계발에 적극적이라 보고 선호하는 기업도 많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이른 시점
김경민 씨(38). 첫 직장은 국내 중견기업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고선 외국계 은행으로 이직했다. 하지만 의욕이 없었다. 어딜 가도 적성에 맞지 않았다. 가끔 불면증에 시달릴 만큼 고민도 많아졌다.
그러다 마음속에 리서치 애널리스트란 직업이 자리 잡았다.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선뜻 결단을 내리긴 쉽지 않았다. 일단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는 게 찜찜했다. 30대 중반이란 나이 역시 걸림돌.
이때 김 씨는 고려대 MBA를 알게 됐다.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커리큘럼도 꼼꼼히 살펴봤다.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그는 ‘파이낸스 MBA’ 과정을 시작했다. 금융 분야에 특화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간 1년 과정.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밤을 새워 공부할 만큼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캠퍼스에서 알게 된 인맥 관리에도 시간을 할애했다.
MBA 과정을 마친 뒤 현대증권에 입사했다. 지금은 리서치센터 기업분석부에서 근무한다. 하루하루 낯선 환경에 생소한 업무.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개념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 순간에도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고민하고 있을 많은 후배들에게 그는 어떤 조언을 건네고 싶을까. “많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조금 이른 시점입니다. 주저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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