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가난한 신부전증 환자에게 무료투석을 허락해주세요”

  • Array
  • 입력 2013년 4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백락운 모퉁이재단 이사장 “복지제도 사각 놓여 혜택 못받아”

국내 1호 내적장애 재활의료시설을 운영 중인 모퉁이재단 백락운 이사장(오른쪽)이 16일 장애인 자활작업장을 돌며 이용자들과 담소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국내 1호 내적장애 재활의료시설을 운영 중인 모퉁이재단 백락운 이사장(오른쪽)이 16일 장애인 자활작업장을 돌며 이용자들과 담소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콩팥 기능을 상실해가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주는 의료복지 혜택은 아주 미미합니다. 무료 투석을 해주려고 해도 의료법상 안 된다고 하니….”

신장투석 전문 의료시설을 갖춘 인천재활의원과 정신지체장애인 자활 작업장을 운영하는 모퉁이재단(인천 남구 주안3동) 백락운 이사장(50)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인 모퉁이재단은 10년 가까이 생활형편이 어려운 신부전증 노인환자에게 무료로 신장투석을 해 왔다. 하지만 무료 신장투석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통보를 받고 지난해부터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백 이사장은 “의료법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금품을 제공하거나 의료비 감면 혜택을 줄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며 “비영리 복지법인도 이런 규정을 적용받아 무료 투석을 해줄 수 없다는 건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퉁이재단의 인천재활의원은 형편이 어려운 환자의 본인부담 의료비를 받지 않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인천시로부터 시설 폐쇄 명령까지 받았다. 지난해 3월 행정소송을 통해 대법원에서 폐쇄 백지화 판결을 받았지만 무료 투석은 중단해야 했다.

백 이사장은 내부 신체기관에 장애를 앓고 있는 ‘내적 장애인’, 특히 만성 신부전증 환자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노인이면서, 힘과 경제력이 약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을 특별히 도와주는 복지제도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재활의원에 오는 신장투석 환자들은 대부분 한 번에 1만5000원인 본인부담금도 제대로 내기 힘들다고 한다.

“몇몇 환자의 집을 방문해 봤습니다. 인천 동구 수도국산 달동네에 사는 한 노인은 판잣집에서 살고 있는데 그나마 자식이 그 집을 담보로 금융 대출을 받아 생활이 아주 곤궁해요. 일주일에 3회 신장투석을 받아야 하는데 본인부담금을 아끼기 위해 투석 횟수를 줄이고 있어요.”

노인의 경우 일주일에 3회 정도 신장투석을 하다 1회만 줄여도 몇 개월 내 위독한 상태에 빠질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

모퉁이재단은 이 같은 환자들을 위해 무료로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를 파견하고 차량 지원 서비스도 하고 있다. 백 이사장은 “인천재활의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가 100여 명인데, 이들 중 투석 시기가 지났는데도 병원에 오지 않고 전화 연락도 되지 않는 분이 있다”며 “이런 환자들은 대개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거나 당 수치가 오르는 ‘투석 쇼크’로 인해 실신 상태로 누워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단 소속 간호사들은 이런 환자들의 집을 찾아가 수액 투여 등 응급처치를 한 뒤 차량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오고 있다.

백 이사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복지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재단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적은 급료에도 봉사정신과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방치된 만성 신부전증 환자를 위해 일반병원에서 할 수 없는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정부가 인건비 일부라도 보조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모퉁이재단은 1998년 교회의 후원을 받아 설립됐다. 장애인복지시설을 소규모로 운영하다 2002년 내적 장애인 전문 의료 활동을 위해 현 위치에 인천재활의원을 지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모퉁이재단#정신지체장애인#자활 작업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