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풍차와 원색의 튤립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 네덜란드 이야기가 아니다. 크고 작은 1004개 섬이 보석처럼 흩어져 있는 전남 신안군의 최북단에 위치한 임자도 풍경이다. 임자도는 요즘 튤립 천지다. 대광해수욕장 인근 튤립공원과 진리나루터에서 공원에 이르는 7km 길에 심어진 300만 송이가 활짝 꽃망울을 터뜨렸다. 빨강 노랑 파랑 보라 주황 등 형형색색의 꽃이 바닷바람에 하늘거리며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충기 신안군 대광개발사업소 튤립담당은 “18일 현재 90%가 개화해 일주일 후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19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튤립축제와 개화 시기가 딱 들어맞아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섬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래섬과 튤립의 만남
신안군에서 임자도는 7번째로 큰 섬이다. 자연산 깨가 많이 나 ‘임자(荏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임자도는 모래로도 유명하다. ‘임자도 처녀는 모래 서 말을 마셔야 시집을 간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임자도는 대파의 주산지다. 모래흙으로 물이 잘 빠져 구근류(알뿌리) 재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신안군은 대파 대체작목을 찾다 튤립에 눈을 돌렸다. 국내 대파 생산량의 5%를 생산하는 임자도 주민들은 과잉생산과 중국산 수입 여파로 가격파동을 겪어 왔다. 토질이 튤립을 키우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2007년 목포대에 연구를 의뢰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튤립 구근 재배에 성공했다. 겨울철 평균기온이 섭씨 5도 이상으로 춥지 않고 해풍 때문에 바이러스를 옮기는 진딧물이 없는 이점을 살려 튤립재배단지를 넓혀 갔다. 모래섬과 튤립의 만남은 축제로 연결됐다. 신안군은 2008년부터 농민들의 튤립재배단지를 활용해 축제를 열었다. 지도읍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가야 하지만 튤립축제는 대성공이었다. 해마다 축제가 열리는 10일간 섬 전체 인구(3800여 명)의 25배가 넘는 10만여 명이 찾았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처음엔 섬에서 펼치는 축제가 주목받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은 신안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힐링 예술축제로 진화
임자도 튤립축제는 매년 진화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행사장에 식물을 다듬어 각종 동물 형상을 만든 ‘토피어리원’을 조성했다. 토피어리란 로마시대 정원을 관리하던 한 정원사가 자신이 만든 정원의 나무에 ‘가다듬는다’는 뜻의 라틴어 토피아(topia)를 새겨 넣은 데서 유래했다. 토피어리원 곳곳에 능선을 만들고 향나무, 꽝꽝나무 등을 이용한 전갈, 토끼, 하마, 거북, 코끼리, 공작, 새, 공룡 형상을 한 102점이 설치됐다. 관람로 600여 m에 측백, 애기동백, 사철보리수 등을 심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축제 무대는 동양 최대 규모의 백사장(12km)인 대광해변과 튤립재배단지를 연계해 조성한 튤립공원이다. 공원은 튤립광장, 튤립원, 구근원, 체험관, 품종전시포, 수변정원, 꽃 유채원, 동물농장, 소나무숲길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는 80여 종의 튤립을 비롯해 수선화, 히아신스, 프리틸라리아, 무스카리 등 구균류와 팬지, 리빙스턴데이지, 비올라 등 초화류를 구경할 수 있다. 말을 타고 튤립단지를 돌아볼 수 있는 승마 체험과 꽃마차 투어, 트랙터 타고 모래밭 여행, 튤립 아로마 향초 만들기 등 부대행사도 다양하다. 축제 기간에 지도읍 점암나루터에서 임자도 진리나루터까지 철부도선 세 척이 2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진리나루터에서 행사장까지 셔틀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061-240-8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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