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학대동물 구했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0일 03시 00분


“주인 몰래 꺼내 갔으면 절도죄” 대법, 동물단체 대표 유죄 확정

2011년 11월 16일. 경기 과천시의 한 도로를 지나던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박모 씨(42·여)는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그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한모 씨 농장에 도착한 박 씨는 개 5마리와 닭 8마리가 철제 우리에 갇혀 있는 모습을 봤다. 우리 안에는 개와 닭의 배설물이 가득 쌓여 있었고 녹슨 사료 그릇에는 먹이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이후 2, 3차례 더 농장을 찾아가 보니 동물들의 상태는 더 악화됐다. 박 씨는 열흘 후인 26일 오전 3시 협회 회원 3명과 함께 농장을 찾았다. 절단기로 우리를 부수고 이 동물들을 구출해 경기 포천시의 동물보호소로 데려갔다.

검찰은 96만 원 상당의 동물을 훔친 혐의(절도)로 박 씨를 기소했다. 박 씨는 “학대 받는 동물을 구조한 것일 뿐 훔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맞섰다. 하지만 1, 2심은 박 씨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박 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 씨는 동물 소유자에게 시정을 요구하거나 동물보호법 등에 따른 신고나 구조, 보호조치를 취하려는 노력도 없이 새벽에 동물들을 무단으로 꺼내 갔다”며 “동물을 팔아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이 없었더라도 소유주에게 반환할 생각이 없다면 불법취득의사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학대동물#절도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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